PwC컨설팅 문홍기 대표 “한국 혁신동력 약해져··· 소프트웨어 역량 중심으로 재점화해야”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입력 : 2024.09.29 14:41:57 I 수정 : 2024.09.29 14:56:00
기업들 컨설팅 해보니··· “한국 경제 어려울 것”
소프트웨어 경쟁력 아직도 미진한데
신흥국에는 가격 경쟁력서 밀려
PwC컨설팅 최근 5년 평균 25%씩 성장
내부 경쟁 보다 최상의 서비스에 집중


문홍기 PwC컨설팅 대표
문홍기 PwC컨설팅 대표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어서 ‘그래도 우리나라는 괜찮다’는 인식이 많은데,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너무 큽니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혁신이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도전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1위 컨설팅펌인 PwC컨설팅을 이끌고 있는 문홍기 대표는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도전적인 과제로 소프트웨어(콘텐츠 포함) 역량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하드웨어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만들까? 저렴하게 생산할까? 이런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면서 “하드웨어 혁신은 물리적 제약이 있고, 저렴한 생산은 인건비가 싼 국가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쉽게 갖춰지지 않고 있다.

문 대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고 경쟁력은 부족하다”면서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 구글 아마존 MS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사용료 등으로 인한 국외 지출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 같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루기 어려운 국내 풍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실패의 가능성이 높고 큰 투자가 필요한데, 대기업은 리스크를 회피하려고만 하고 중소 스타트업은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문 대표는 “대기업은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혁신적인 시도를 주저하거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 상 혁신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의 정도에 대한 수치근거도 제시했다.

PwC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회사가 현재의 방식으로 계속 운영된다면 10년 뒤에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명제에 대해 한국 기업의 CEO는 동의하는 비율이 75%로 나왔다.

이는 글로벌 기업 CEO의 45%가 그렇다고 답한 것에 비해 매우 높은 것이다.

문홍기 대표는 “우리 기업들이 생태계 관점의 혁신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생태계 구축은 국내 기업들의 취약점 중 하나로, 국내 기업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약점을 갖고 있다.

문 대표는 “예를들어 TSMC는 장비·패키징 등을 전담하는 타 기업들과의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엔비디아도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에 개발자들을 묶어두(Lock-in)는 전략을 통해 선순환이 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데이터와 기술 확보 등에 있어서 생태계를 구축해보려는 국내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여러 건 수주 했다는 게 PwC컨설팅의 설명이다.

“PwC컨설팅의 자랑이라면 무엇보다 우리끼리 성과를 놓고 경쟁하지 않는 문화를 꼽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국내 1등 컨설팅펌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매출액과 인력규모 모두에서 압도적인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는 회사의 비결로는 의외의 답이었다.

문 대표는 “성과주의에 매몰돼 서로 경쟁하기 보다 PwC의 이름으로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따내고, 그 뒤엔 누가 가장 잘하는 사람인지를 고민해 최상의 팀을 꾸린다”고 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얼마전 컨설팅 계약을 두고 타 컨설팅사와 경쟁이 붙었는데, 상대방인 A컨설팅사는 성과를 독차지하기 위해 특정 본부내에서 인력을 꾸려서 준비했다.

반면 PwC컨설팅은 가장 잘하는 선수들로 여러 본부에서 차출해서 대응했다. PwC컨설팅이 계약을 따낸 것은 당연했다.

문홍기 대표는 “PwC컨설팅은 팀이나 부문별로 조직이 여러 개의 사일로로 나뉘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8개의 본부가 있지만 본부끼리 경쟁하지 않고, 프로젝트가 있을 때 본부들을 총망라해 최상의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고 했다.

이 같은 협업문화를 바탕으로 PwC컨설팅은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2163억원이던 매출액은, 2021년 2495억원, 2022년 3438억원, 2023년 3963억원으로 늘었다.

문 대표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2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는 것이 문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이탈리아·캐나다 등과 비교해 아직도 컨설팅 매출액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우리에게 여전히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설명할 때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반기를 기준으로 PwC의 타 국가에서의 컨설팅 매출액을 보면 캐나다는 1억 7900만 달러, 호주는 3억 달러로 한국의 1억 3000만 달러 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컨설팅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공유했다. 앞으로는 고객이 일을 맡기면 그에 대해 1~2개월 가량의 준비 끝에 아웃풋을 내놓는 형태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였다.

문 대표는 “고객들은 준비기간 동안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항시 준비돼 있고, 이들이 고객의 물음에 즉답한 뒤 실행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또 찾아보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컨설팅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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