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서 첫 그릴마스터 탄생...‘고기굽기 장인’ 인증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4.09.30 06:00:00 I 수정 : 2024.09.30 07:12:26
축산진흥대회서 ‘그릴마스터’ 시연 행사
한우·한돈 굽기 전문가에 인증 동판 수여
식탁서 고기굽는 건 독특한 한국 문화
“그릴마스터 육성해 K푸드 세계화 앞장”


그릴마스터 대회에 참여한 그릴러들이 한우를 굽고 있다. 왼쪽부터 더우의 송재현 대표, 한식벽제의 김용호 셰프, 우텐더의 문영재 셰프, 안성맞춤한우의 한규성 셰프.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공식적인 그릴마스터가 탄생했다.

경기도는 파주 임진각에서 개최한 축산진흥대회의 부대행사로 27일 ‘그릴마스터 대회’를 개최하면서 시연에 참여한 전문 그릴러들에게 공식적인 그릴마스터 인증 동판을 수여했다.

그릴마스터는 고기굽기 장인을 뜻하는 용어로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그릴러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그릴마스터 대회를 주최한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의 최창수 원장은 “커피를 더 맛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바리스타, 좋은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하지만 고기를 맛있게 구워주는 분들을 부르는 이름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경기도에서는 이런 분들을 앞으로 그릴러라고 칭하고, 이들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그릴러에게 그릴마스터라는 칭호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릴마스터 대회를 주최한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의 최창수 대표가 그릴마스터가 어떤 직업인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번 그릴마스터 대회는 한우와 한돈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각 분야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전문 그릴러들이 시연에 참여했다.

한우 부문에서는 더우의 송재현 대표, 한식벽제의 김용호 셰프, 우텐더의 문영재 셰프, 안성맞춤한우의 한규성 셰프가 시연을 했다. 한돈 부문에서는 한식벽제의 정영란 셰프, 본화로의 이상원 대표, 인생고기의 변민수 대표, 고반식당 정왕점의 신희용 대표가 시연에 참여했다.

이들이 구운 고기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위해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은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강레오 셰프, 요리하는 탤런트 조수희 씨, 유병관 바이에른식육학교 대표가 맡았다. 민승규 교수는 “전세계에서 식탁 바로 위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할 것”이라며 “한국만의 독특한 이런 구이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그릴마스터라는 새로운 직업 창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릴마스터 대회 심사위원들이 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병관 바이에른식육학교 대표, 탤런트 조수희, 강레오 셰프,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
강레오 셰프는 그릴링에 대한 평가 기준에 대해 “첫번째는 요리사로서 얼마나 청결하면서도 능수능란하게 고기를 굽는지, 둘째로는 고기를 얼마나 일관되게 굽고 손님에게 어떻게 제공하는 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며 “마지막으로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요리에 어떻게 담아내는지 창의성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한우 굽기 시연에 나선 그릴러들은 이날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몇가지 팁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용호 셰프는 숙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식당에서는 한우를 최소 20일 이상 숙성한다”며 “일반 가정에서도 덩어리나 스테이크용 고기를 진공 포장해 와서 김치냉장고에서 2주 정도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구워 먹으면 최상의 육질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재 셰프는 밑간을 강조하면서 “고기를 굽기 전에 칼집을 살짝 내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면 자연스럽게 배어들면서 맛이 살아난다”고 했다.

그릴마스터 대회에 참여한 그릴러들이 경기도에서 제공한 그릴마스터 인증 동판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한우 그릴러들이 구운 고기를 시식하면서 연신 엄지를 들어올렸다. 유병관 대표는 심사 총평을 통해 “모든 그릴러들이 고기를 워낙 잘 굽는 분들인 데다 맛을 내기 위해 굽는 방식이나 밑간, 소스류 등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각자 창의적인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맛의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한돈 역시 그릴러들이 다양한 굽기 신공을 보여준 가운데 신희용 대표는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냉동삼겹살의 해동 방법에 대해 “0도에서 1도의 낮은 온도 냉장고에서 자연 해동 시키는것이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강레오 셰프는 총평을 통해 “오늘 한돈 구이를 먹으면서 우리나라 축산업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돼지고기는 웰던으로 익혀 먹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지만 이제는 사육 환경이 좋아지면서 오늘 그릴러들은 미디엄에서 미디엄 웰던까지 다양한 굽기로 한돈 맛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숙성이 잘 된 한돈을 사용한 데다 그릴러들의 굽기 노하우가 반영되다 보니 돼지고기의 육즙과 풍미가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그릴마스터 대회가 열린 축산진흥대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우 시식 행사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튜버 정육왕으로 유명한 박준건씨가 시연자로 등장해 그릴마스터 시대에 관심을 가져봐야 할 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고기를 굽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좀더 명확하게 제시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고기 원육의 특성과 각 부위별로 어떻게 구워야 할 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보다 전문적인 그릴마스터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릴마스터 대회에 참여한 그릴러들에 대해 경기도는 그릴마스터를 인증하는 동판을 수여했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장은 이번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한국의 축산업과 외식업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특한 고기 굽기 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며 ”경기도가 앞장서고 있는 그릴마스터에 대한 관심이 전국으로 확산돼 한국의 고기굽기 문화가 K푸드의 정수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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