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상장때 4000억 따로 챙긴 방시혁… “법령위반 없어”

우수민 기자(rsvp@mk.co.kr), 정주원 기자(jnwn@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4.11.29 17:44:25 I 수정 : 2024.11.29 18:39:51
2018년 사모펀드 투자유치땐
BTS 군복무 마친 뒤 IPO 계획
장기투자 따른 손실보전 위해
상장실패시 방의장이 되사기로

상장 성공하면 초과수익 제공
대주주 경영권 위협 소지 없어
증권신고서에 따로 기재 않아


[사진=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하이브 상장 당시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수익금 일부를 지급받아 개인적으로 수천억원가량의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방 의장이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 주주간 계약 내용은 상장 과정에서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이브는 방 의장이 계약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2021년 6월 하이브 유상증자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배정된 1548억원 전액을 청약했고, 이익을 회사에 돌렸다는 설명이다.

방 의장은 왜 주주간 계약 맺었나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전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 등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스틱인베는 2018년 10월 1039억원을 들여 LB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증권 등이 보유한 하이브 구주(지분 12.4%)를 사들였다.

당시 방 의장 입장에선 초기 투자자 투자 회수를 도울 필요가 있었고, 더 건실한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6월 이스톤PE는 250억원을 들여 하이브 공동창업자인 최유정 부사장 지분 중 일부(지분 2.7%)를 매입했다. 같은해 11월 이스톤PE는 뉴메인에쿼티와 공동 투자를 통해 알펜루트자산운용 지분 전량과 최 부사장 나머지 지분, LB인베스트먼트 우선주 등 지분 8.7%를 추가로 사들였다.

스틱인베가 투자할 당시만 해도 하이브는 BTS가 군복무를 마친 뒤 상장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IPO 이후 곧장 BTS가 군에 입대하면 기업이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3~2024년까지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5~6년가량 묶어둬야 하는 투자사 입장에서는 하방을 확보해야 했다. PEF 운용사 측은 기한 내에 상장에 실패할 경우 자신들의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을 제안했다.

이에 방 의장은 회사에 너무 큰 재무적 부담을 안길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개인 지분을 토대로 풋옵션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PEF 운용사들이 초과수익 일부를 제공해주기로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시 주요 주주간에 이와 같은 언아웃 또는 워터폴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주주간 계약은 왜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나
다만 2019년 무렵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회사가 기대보다 급격히 성장하면서다. 다른 레이블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를 더 키우고 BTS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선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5월 하이브는 세븐틴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산하 레이블로 인수했다. 당시 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가량을 빌려 인수대금을 조달했다.

2020년 10월 15일 하이브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당일 공모가(13만5000원) 2배인 27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이른바 ‘따상’) 상승제한폭(30%)인 35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상승폭을 줄이며 결국 시초가보다 4.44%(1만2000원) 낮은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시초가보다는 낮았지만 공모가보다는 90%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M&A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구주매출을 전혀 하지 않고 신주모집으로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자금이 기존 주주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주매출과 달리 신주모집은 자금이 고스란히 회사로 흘러들어온다.

업계에 따르면 상장 절차에서 경영안정성심사 요건에 최대주주가 경질될 가능성이 있는 주주간계약의 경우에만 심사 당국 등에 알리게 돼있다고 한다. 최대주주인 방 의장이 충분한 지분을 가지고 있던 하이브는 경영권 위협과는 관계가 적은 해당 계약을 보고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이브는 이날 “당사는 상장 준비 과정에서 상장 주관사들에 해당 주주간 계약을 제공한 바 있고, 상장 주관사들 또한 상장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주주간 계약을 검토했다”며 “관련해 상장 과정에서 당사가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항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공시했다.

상장 주관을 맡았던 증권사 관계자는 “당사는 거래 적법성과 관련해 사전 법률 검토를 진행했으며, 주주간 사적계약이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보여 증권신고서 기재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주간의 계약관계를 모두 공시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대 주주의 계약관계라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데, 이제 살펴볼 것”이라 전했다.

사모펀드 장내매도가 주가 끌어내렸나
하이브는 총 발행주식수 3384만6192주로 상장했다. 이 가운데 29.70%인 1005만2575주가 유통가능물량으로 분류됐다.

스틱인베는 전체 보유 주식(346만2800주)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242만4016주에 대해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걸었다.

여기서 기관 배정 공모주 428만2309주 가운데 의무보유확약이 걸린 78.37%를 제외하면 최종적으로 669만6417주가 상장 당일 매도가능한 물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총 공모주식수의 19.8% 수준이었다.

당시 ‘따상상’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당일 유통가능물량이 전체 상장주식수의 20.5% 수준이었다.

스틱인베는 보호예수에 걸리지 않은 물량 가운데 19만6000주가량만 상장 첫날 평단가 31만6000원에 매도했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당일 추가 매도는 하지 않았다. 이후 2020년 12월 40만주, 2021년 7월 286만주를 블록딜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스틱인베 관계자는 “상장 당일 1117만주가 거래됐는데 19만6000주를 장내매도한 것으로 시장 가격을 떨어뜨린 주범이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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