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힘든 기업 매물로 나오자 "신사업 확장기회" 매수 관심 전문자문사 매각자문 8배늘어 회계불신에 낮은 성사율 숙제
국내 중소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2세 승계가 어려운 중소기업 매물들이 잇달아 시장에 등장하는 가운데 신사업 확장을 노리는 중견기업들이 해당 매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처럼 중소기업 M&A가 활성화하려면 국내 중소기업의 재무제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중소·벤처기업 전문 M&A 자문사인 브릿지코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중소기업(기업가치 500억원 미만) 매각 자문 규모는 지난해 말 1020억원에서 올해 8월 8068억원으로 1년도 안돼 약 8배 증가했다. 중소기업 매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물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지방 산업단지에 위치해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 분야가 33%로 가장 많았다. 도매 및 소매업(18%), 정보통신업(13%), 숙박 및 음식점업(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2년간 게임사가 배달 플랫폼을 인수하거나 호텔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 여행 플랫폼을 인수하는 등의 M&A 성공 사례도 나타났다. 대기업의 자금난으로 인해 대기업발 M&A가 2021년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중소기업 M&A가 기층에서 활성화하고 있어서 고무적이란 평이 나온다.
문제는 M&A 성사율이 아직 낮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인수 주체는 보통 중견기업이다.
인수 주체인 중견기업 입장에선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는 기업 △대표자가 없어도 돌아가는 비즈니스 구조 △독점적 기술력 혹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비즈니스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에 딱 들어맞는 매물은 딱히 많지 않다. 매각 측인 중소기업에는 △기업 가치 과대평가 △비밀 유지 실패 △준비 및 역량 부족 등 문제가 있다.
일본의 경우 연간 3000~4000건의 중소기업 M&A가 성사될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일본 정부는 수년 전부터 중소기업 M&A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후계자 부재로 폐업 위기에 처한 흑자 기업이 60만개에 달하는 등 가업 승계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M&A 관련 비용의 70%(한국은 50%)를 세액공제해주고, 전국 60곳에서 사업 승계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니혼M&A센터, M&A종합연구소 등 중소기업 M&A 전문 자문사도 활성화됐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중소기업 회계 요령 기준을 도입하며 재무제표 신뢰성을 제고했다. '회계 투명성 부족'이 보통 중소기업 M&A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데, 이를 해결하고 나선 셈이다.
박상민 브릿지코드 대표는 "M&A 실사 과정에서 우발 부채 발견, 수익성 과대 계상 등으로 딜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처럼 재무제표 수준을 높여야 시장 신뢰도가 쌓이면서 중소기업 M&A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