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서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야”…개미들 엑소더스에 증시 흘러내렸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입력 : 2024.12.10 07:38:03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2024.12.4 [사진 = 연합뉴스]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지며 9일 코스피는 연저점, 코스닥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패닉셀 수준까지 떨어졌다.

계엄령 사태 여파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불발 등 정국 불안이 지속되자 이날 개인들은 코스피에서 8897억원, 코스닥에서 30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통상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개인들은 저점 매수로 대응하는데 이날은 증시 하락으로 인한 반대매매가 더 거셌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 하락이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들의 투매에 외국인들은 오히려 코스피에서 1010억원, 기관들은 69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선물 역시 2012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코스닥은 장 초반부터 급락세를 보이면서 650선마저 내줬다. 이날 알테오젠이 6.86% 하락하고 리가켐바이오가 5.44% 빠지는 등 주요 바이오주들이 급락하는 가운데 그동안 주가가 버티고 있던 엔켐(-7.74%), 클래시스(-7.72%), JYP엔터(-7.32%)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 탄핵 정국 당시에도 코스닥의 낙폭이 코스피에 비해 컸다”면서 “탄핵 리스크가 중소형주 투심에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와 은행주 매도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계엄 발표 이후 4거래일 연속 은행주에 대한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KB금융 431억원, 하나금융지주 252억원, 신한지주 1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3일만 해도 78.14%까지 올라갔던 KB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거래일 만에 77%로 떨어졌다.

특히 계엄 선포 여파로 국내 방산 기업이 수출 계약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방산주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국내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6.38% 하락한 27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른 방산주도 잇따라 추락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전일 대비 9.42% 내린 17만1100원, 현대로템은 5.93% 떨어진 4만4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시스템(-6.24%)과 한국항공우주(-5.98%)도 약세를 보였다. 방산주가 줄줄이 하락한 것은 비상계엄 사태로 해외 수주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9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추가 수출 계약의 연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방산주는 계엄 사태가 불거진 후 지난주에도 코스피보다 큰 하락폭을 보였다”며 “주말 사이 폴란드에서 추가 구매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날 큰 내림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25~2026년 수출 건은 확정돼 실적에 즉각 영향은 없겠지만, 최근 증시가 이슈에 크게 변동하는 양상을 띠기 때문에 매도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최근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한국형 기동헬기 생산 현장을 둘러보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바 있다. 한국 방산에 관심을 보였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 일정도 취소됐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탄핵 정국 때는 수출 경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11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로 간신히 플러스를 지키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며 “정치 불안 돌파구는 수출 경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앞선 두 탄핵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계엄 사태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는 5.68%, 코스닥은 9.52% 하락했다. 4거래일 동안 양 시장의 시가총액이 총 144조원 넘게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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