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원전 비리 쇄신책 틈새로 유입된 '비순정 부품'

중요 부품 중심 쇄신책 시행됐지만 일반 산업품에는 적용 안 돼비순정품 본부별로 여전히 구매, 납품 서류도 조사 대상 아냐
차근호

입력 : 2025.07.17 09:20:25


한울원전 5호기와 6호기
[한울원자력본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전국 4개 원전에 유입된 '비순정 부품' 남품은 2013년 발생한 초대형 원전 비리 사건 이후 시행된 쇄신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3년 발생한 원전 비리는 고리·한빛·월성 등 여러 원전에서 동시에 발생한 부품 납품 비리와 품질 인증서 위조 사건이다.

부품제조업체, 승인기관, 한수원 관계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이 드러나 무려 68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정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원전 일부가 가동을 멈추며 여름철 전력 수급 비상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국무총리까지 나서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면서 '원전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 및 혁신방안'이 시행됐다.

한수원의 인적·조직적 쇄신이 이뤄졌고, 안전 최우선 정비, 정부의 관리 감독 강화도 이뤄졌다.

특히 원전 품질관리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원전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Q등급' 'A등급' 부품은 부패 소지가 컸던 발전소별 구매를 원칙적으로 폐지했고, 구매 업무를 본사 내 전담 조직에서 종합 관리하도록 했다.

품질 서류는 원칙적으로 한수원이 국내외 시험·인증기관으로부터 직접 받고, 예외적으로 납품사가 제출한 서류는 모두 위조를 확인하도록 해 서류 조작을 근절하도록 했다.

하지만 12년이 흐른 뒤 당시에는 중요도가 떨어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던 일반 산업 품목인 '베어링'의 납품에서 의혹이 일고 있다.

이들 제품은 여전히 본부별로 구매 계약이 이뤄져 왔고, 납품 관련 서류는 제출됐지만 위조를 확인하는 대상은 아니다.

베어링은 일반산업품으로 납품된 뒤 한수원 자체 품질검증을 통해 Q등급이나 A등급으로 승급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해당 제품이 정품임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과 원자력시스템 전공 교수는 "한수원의 자체 품질 검증을 거쳐 베어링이 완전 엉망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베어링은 제 기능을 못 하면 온도나 진동으로 알리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빠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즉각적인 위험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원전의 경우 이런 잠재적 위험이 모여서 전체적인 안전성을 구성하는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부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본사 일괄 구매방식 도입, 승급용 자재 관리와 진위확인 강화, 사내 승급 시험·검사 강화 등의 절차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ady@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20 01:48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