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중국 음극재 '융단폭격'…K-음극재 기회창 열렸다

전 중국산에 93% 반덤핑 예비 판정…미 시장서 한국산 가격 우위 생겨테슬라부터 한·일 주요 배터리사까지 '중국산 배제' 가속 요인될 듯
차대운

입력 : 2025.07.20 07:01:01


세종 음극재 공장을 둘러보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홀딩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이차전지 음극재에 100%에 육박하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내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음극재 가격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세계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중국 음극재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한국산 음극재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입 중국산 음극재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올해 12월로 예정된 최종 판정까지 수입 금액에 93.5%에 해당하는 예비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결정은 예외 없이 전 중국산 음극재가 대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음극재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융단 폭격'급이라는 말이 나온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보조금 등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들어 글로벌 5위인 카이진(Kaijin) 등 2개 중국 음극재 기업에 721%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한 바 있다.

이번에는 대상이 전체 중국 음극재 기업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업계 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가 미 상무부의 공고를 분석한 결과, 93.5%의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에는 세계 음극재 시장 1∼5위인 BTR, 산산(ShanShan), 신줌(Shinzoom), 상타이(Shangtai), 카이진(Kaijin) 등 중국 기업이 모두 포함됐다.

중국산 음극재 반덤팡 예비 관세 부과율 표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 홈페이지.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자국에서 새롭게 음극재 생산 체제를 준비해나가는 미국 사업자들을 보호할 뿐만아니라 배터리 음극재 공급망에서 중국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흑연이 핵심인 음극재는 양국 모두에서 민감한 상품이다.

중국은 반도체 제재 등 미국의 각종 압력에 맞서 희토류와 더불어 자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흑연을 수출 통제로 무기화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미국도 2027년부터 중국산 흑연을 쓰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자국 첨단 산업이 값싼 중국산 음극재 의존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게 하는 로드맵을 추진해왔다.

이런 와중에 나온 이번 관세 조치는 중국산 음극재 배제 일정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테슬라에서부터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 파나소닉 등 일본 배터리사가 미국 내 제조 시설로 중국산 흑연을 수입해 쓰는 비용이 배 가까이 높아져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 공고를 보면 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 일본 파나소닉 등이 현지에 세운 중국 법인이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인 '수출자', BTR·산산 등 중국 음극재 기업들이 '생산자'로 나와 있다.

공급망 관리는 각 기업이 비밀로 관리해 그간 테슬라나 한일 주요 배터리사의 음극재 조달 경로가 공개된 바는 없었다.

미국 상무부의 이번 공고는 이들 기업이 중국산 음극재를 조달해 미국 내 각자 생산 공정에 활발히 투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의 경우 상타이·카이진 등에서, 파나소닉은 중국 BTR과 일본 소재사 레소낙의 중국 법인에서 음극재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이차전지 음극재 시장은 주요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장악해왔다.

2024년 음극재 시장 점유율
[SNE리서치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출하량 기준 1∼10위가 모두 중국 기업들이었다.

합산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었다.

비중국 기업으로는 포스코퓨처엠이 11위(1.3%)를 기록해 순위가 가장 높았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에 100% 가까운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서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 밀렸던 한국산 음극재가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대량 양산하는 기업이다.

신생 미국 기업들은 아직 양산 체제로까지 나아가지 못해 한국은 물론 서방권 전체에서도 중국산 음극재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대량 공급할 능력을 갖춘 사실상 유일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고전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천연흑연 기반 음극재 완성품을 1㎏당 2달러대에 팔고 있는데 이는 포스코퓨처엠의 공급가보다 40∼50% 낮은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런 탓에 포스코퓨처엠의 천연 흑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세종 공장 가동률이 2022년 67%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30%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만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사업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다.

100% 가까운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 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가격이 중국산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가격이 더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주요 고객사들이 '음극재 탈중국' 행보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주목한다.

미국 상무부 통계로 작년 미국의 중국산 음극재 수입액은 3억4천700만달러(약 4천800억원)에 달했다.

작년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매출액은 1천500억원가량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로 중국산 음극재 가격이 상승하면 비중국 음극재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는 포스코퓨처엠의 가격 경쟁력이 현실화할 전망"이라며 "미국향 배터리 업계에서 포스코퓨처엠에 공급 의사 타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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