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6개월] '더 독해진' 美우선주의 2.0…적도 동맹도 없다
확대되는 관세전쟁·동맹 국방지출 대폭 증액 요구, 한국에 '직격탄' 이란 공격 통해 '필요할 땐 군사개입' 보여주고 일부 평화중재 성과도한미동맹과 한미FTA '변화의 바람' 직면…'거래' 입각한 관계재정립 기로
조준형
입력 : 2025.07.20 07:02:01 I 수정 : 2025.07.20 07:35:37
입력 : 2025.07.20 07:02:01 I 수정 : 2025.07.20 07:35:37

[워싱턴 AP=연합뉴스.재판매 및 DB금지]
[※편집자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20일(현지시간)로 6개월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개월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한 정책과 그로 인해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에 몰아친 변화를 짚어보고 향후 전개를 전망하는 기획 기사를 세 꼭지 마련했습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0일(현지시간)로 백악관 복귀 6개월을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집권 1기 때보다 더욱 강하고 신속하게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끝이 안 보이는 가운데 날로 확대되는 '관세전쟁', 동맹국에 대한 대대적인 국방비 증액 요구, 대외원조 예산 대폭 삭감, 불법이민자 추방을 중심으로 한 강경한 이민정책,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철회 등을 통해 자신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인 관세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대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한 10%의 기본관세를 이미 시행 중이며, 나라별로 차등 부과하는 이른바 '상호관세'를 유예기간을 거쳐 내달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다.
또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등에 이미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구리 제품과 반도체 및 의약품에 대한 관세 도입도 예고하는 등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각국과의 기존 무역협정을 무력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무역 불균형 완화와 미국으로의 생산 기반 이전, 세수 확대 등을 명분과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우선주의 의제를 달성하는 핵심정책으로, 과거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제3국 전직 대통령(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에 힘을 싣는 등 타국 내정에 개입하거나, 미국으로 유입되는 멕시코와 캐나다발 합성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 관세를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글로벌 안보문제와 관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압박해 2035년까지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까지 늘린다는 약속을 받는 등 안보와 관련한 트럼프식 '수혜자 부담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팽창 야심에 직면한 유럽 각국이 국방비용을 크게 늘림으로써 미국은 그만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무기 지원을 재개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기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해 더욱 공세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내달 1일부터 적용할 상호관세율을 새롭게 책정해 각국에 통보하면서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과 일본에 각각 25%, 캐나다에 35%를 적용했고, 나토 회원국들이 다수 포함된 유럽연합(EU)에 30%를 각각 적용했는데, 한국만 애초 책정했던 세율과 동일했고, 나머지는 종전 대비 상향했다.
최대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과는 치열한 전략경쟁의 와중에도 무역 관련 타협을 모색하고, 러시아에는 압박과 달래기를 병행하는 데 반해 동맹국들에는 "장기간 미국을 이용해왔다", "우방이 적보다 미국을 나쁘게 대우했다"며 관세를 지렛대 삼아 적극적으로 양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초까지 전세계 인도주의 지원 자금의 40% 이상을 제공했던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 조직인 국제개발처(USAID)는 국무부 산하 조직으로 축소 및 재편됐고, USAID가 해온 대외 원조 프로그램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6개월 동안 상당 부분 중단됐다.
이민정책 면에서 불법이민자 유입 단속 및 추방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난달부터 유학·연수 목적의 미국 방문 비자 신청자들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검열하기로 하는 등 정상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문턱'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에 근거해 미국 영토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에게 부모의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 제도에도 제동을 걸려 하고 있다.
또 파리 기후협약 탈퇴, 전기차 관련 우대정책 중단, 석탄과 석유 등 화석 에너지원의 적극적인 개발 및 활용 등으로 최근 수십년간 국제사회가 이어온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도 역행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 타코나이트 철광석 처리 시설, 반도체·의료기기 살균·첨단 제조업 등과 관련된 특정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제조업자 등에 대해 일부 환경 규제를 2년간 면제하는 포고문 4건을 발표하는 등 환경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당장의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미래'를 희생한다는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임기 개시 반년 동안 논쟁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기반과 충성심 강한 인력풀이 1기 때(2017∼2021년)보다 더 견고해진 점과 내부에서 이견을 내는 사람들이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상황 등이 거론된다.
또 연방 상·하원 모두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인 데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보수 성향 대법관의 압도적 우위(6대3) 구도로 재편된 연방 대법원은 고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일례로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출생 시민권' 금지 정책과 관련한 사건에서 개별 연방 판사가 연방 정부 정책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함으로써 행정부 견제 도구로 여겨져 온 사법부의 가처분 결정 효력을 크게 제한했다.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정책을 제어하거나 직을 걸고 반대했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집권 2기 행정부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가능케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각종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권 1기 6개월과 비교해서도 집권 2기 같은 기간의 지지율이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10∼14일 미국 전역의 18세 이상 남녀 1천437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결과(오차범위 ±3.6% 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40%가 지지를 표했고, 58%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당신에게 도움이 많이 됐는가, 해(害)가 많이 됐는가'라는 문항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는 응답 비율은 27%에 그쳤고, '해가 많이 됐다'는 응답은 49%, '차이가 없다'는 답은 22%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6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방식에 반대하는 이른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수차례 전국적으로 열렸고,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극단적 혐오와 추종이 엇갈리는 '트럼프 정치'의 힘은 이 같은 여론조사 수치나 반트럼프 시위를 통해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화당 지지층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계 최대의 경제·군사대국인 미국이 가진 모든 지렛대를 동원해 상대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보와 예측 불가능성, 즉흥성이 '트럼프식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로 자리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의외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국방지출 대폭 증액에 합의한 것과, 대외 군사개입 자제를 표방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에 나섬으로써 이란 핵무기 개발 시간표를 후퇴시킨 일 등이 예로 거론된다.
특히 이란에 대한 공격은 중국과 북한 등의 '현상변경' 기도에 일정한 심리적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트럼프는 결코 해외 무력충돌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외교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 기간 조기 종식을 공언한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전쟁(가자전쟁)은 아직 휴전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5월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 휴전, 6월 민주콩고-르완다 평화협정 체결 등의 성과를 일궜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비판 및 우려와, 긍정 평가가 치열하게 교차하는 지난 6개월 국정을 토대로 트럼프 집권 2기의 성패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에서 실질적으로 뒷걸음질치는 형태가 될지, 공약은 유지하되 미국의 금전적 부담을 줄이는 형태가 될지 등도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당하면 그것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내용의 나토 헌장 5조(집단방위)에 모호한 입장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 때 국방비 증액 요구안이 관철된 뒤 "5조 지지"를 밝힌 대목과,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부 공격 무기 지원 재개를 결정한 일 등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꼭 '초강대국의 책임 방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많은 결정이 집권층 내부의 '집단 지성'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관과 특정국에 대한 호불호 등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동맹국이든 적성국이든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와 국방비 증액 요구 등 미국 우선주의 양대 핵심 의제 모두에서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양국 관계의 두 기둥이라 할 한미동맹과 한미 FTA 모두 변화의 바람에 직면한 셈이다.
동맹국에도 거래의 논리를 철저히 적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과 국방비 지출 등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 하더라도 한국의 경제와 안보 관련 숙원사업에서 얻어낼 것들은 얻어내는 명민한 전략이 앞으로 일정이 잡힐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중전략경쟁 심화 속에 한국이 가진 반도체, 조선 등과 관련한 경쟁력을 앞세워 한미동맹의 구성 요소에서 주한미군을 포함한 군사안보 뿐 아니라 경제안보상의 불가분 영역을 확대할 필요를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와 동시에 대중국 억제에 주한미군을 활용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추구에 대한 대응과 한중관계 관리라는 충돌하기 쉬운 두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도 이재명 정부의 쉽지 않은 숙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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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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