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 부과' 발표 영향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 '쑥' 정치적 불안 겹쳐 고위험 불구 고수익·비과세 매력에 "사자" 재정부담에 가격 하락 美 국채 이달 들어 개인 매수세 늘어
미국발 고율 관세 리스크를 안은 브라질 채권에 개인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이달 초 이자가 지급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가 반영되면서 채권 가격이 내리자 고위험 상품으로 투기성 수급이 쏠렸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제일 기준으로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브라질 채권을 608만7684달러(약 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역대급 매수세를 기록한 지난달(4155만381달러) 직전 5개월의 평균치인 575만달러를 13거래일 만에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브라질 중앙은행(BCB)이 지난 5월 기준 금리를 15%까지 올린 뒤 금리 동결을 시사하자 이자 수익과 금리 하락을 노린 수요가 급증하면서 2017년 3월 이후 월 기준 최대 규모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삼바채권'으로 불리는 브라질 국채는 이자 수익률이 연 10%를 상회하는 상품이다. 브라질 채권은 이자소득과 매매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고액 자산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채의 경우 매년 1월과 7월에 이자가 지급되면서 증시의 배당락처럼 두 시점 직후 금리가 올라간다. 이달에는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월초 13.4%까지 떨어졌던 10년물 금리가 최근 14%로 치솟으며 가격 매력이 커졌다.
내년도부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투자 유인이다. 브라질 현지 법인에서 채권 운용 수익 증가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브라질 국채는 연 14%에 달하는 고금리와 절세 효과로 최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작년 9월부터 단행된 총 4.5%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뒤따를 인하 기대감으로 긍정적인 시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국채는 고수익 상품이지만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인 데다 미국과 정치적 대립까지 더해져 최근 위험도가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남미의 트럼프'로 불렸던 전직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서한을 공개하는 등 브라질의 좌파 성향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대립으로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 대통령의 내정 개입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경제가 흔들리면 국내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볼 수 있다.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으로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를 거쳐 원화로 환전해야 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인 미국 국채에 대해서도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국내 자금 5억6363만7907달러가 순유입됐다. 12거래일 만에 지난달의 순매수 규모(9억3289만6283달러)를 상회했다.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도 한국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올 상반기 국고채를 약 6조2000억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7조500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금리 인하에 베팅하며 채권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장기물 금리가 연중 최고 수준까지 오르자 외국인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저가 매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