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두 달여 만에 1390원대로 하락하며 14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 때문에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원화값이 약세(환율 상승)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원화값을 지지했던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끝나면서 더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외환 딜러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으로 1400원 선이 뚫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20일 외환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연초 원화값 하락기에 전략적 환헤지에 나섰던 국민연금이 5월 초에 이를 종료했다. 국민연금은 연초 비상계엄 사태로 원화값이 흔들릴 때 적극적으로 환헤지에 나서며 원화값 하락을 방어해왔다.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매도하는 전략인 선물환 매도를 늘리며 달러를 팔아 원화가치를 떠받쳐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원화값이 전략적 환헤지 실행 범위를 벗어나면서 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0.3원 내린 1393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달 들어 원화값은 줄곧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350원이었던 원화값은 불과 보름 만에 45원 넘게 하락했다.
원화값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외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며 달러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졌다. 최근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키웠다. 관세 충격이 물가를 자극하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달러 강세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자금의 위험 회피 심리도 커지면서 달러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국내 수급 요인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전략적 환헤지와 별도로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이 늘면서 환율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연말까지 약 50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주식·채권)를 계획하고 있다. 해외 투자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투자가 늘수록 외환 시장 내 달러 매입이 늘어 원화 가치 하락을 더 압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