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약금 너무 쎄서 망설였는데”…프랜차이즈 폐업땐 위약금 면제 추진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7.20 17:50:00 I 수정 : 2025.07.20 22:13:17
공정위, 계약해지권 부여 추진
폐업한 자영업자 연 100만명에
큰 영업손실때 위약금 면제 가닥
외식 가맹점 폐점률 15% 육박
“기준 불명확, 더 큰 분쟁 부를 수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점가 폐업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8.25 [한주형 기자]
정부가 과도한 영업 손실을 입은 가맹점주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을 해지할 때 위약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계약 해지권’ 도입을 추진한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소상공인 보호와 프랜차이즈 시장의 공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제도 설계의 정교함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정부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5일 회의에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돼 가맹점주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고, 가맹점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업 손실 누적 등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가맹점주에게) 위약금 부담이 없는 계약 해지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새 정부는 자영업자 경영 안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관련 정책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정위 조치도 이런 연장선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적 대응의 하나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위약금 감면의 구체적 기준과 액수 등 적용 범위를 마련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이지만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내용이 구체화하게 되면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위약금 감면책 마련을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계약 내용이나 손해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가맹점주에게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것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제한으로, 가맹점주의 영업 손실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 자영업 환경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음식점과 소매업이 45%를 차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3년 외식업 가맹점의 폐점률은 14.9%로 전년(14.5%)보다 높아졌다. 이는 연말 기준 가맹점 100곳이 남았을 때 그해 동안 15곳은 가맹본부와 계약을 해지·종료로 폐업했다는 뜻이다. 같은 해 외식업 가맹점은 18만942곳으로 전년 대비 소폭(0.6%)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 경쟁 심화로 창업과 폐업이 동시에 반복되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경영난 속에 가맹계약을 중도 해지하며 발생하는 분쟁도 많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사업 분야에서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584건 중 가장 많은 사유가 ‘계약 중도 해지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 청구’(143건)로, 전체의 24%였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인근 상점가의 모습. 2025.7.10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양재역 한 상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7.10 [사진=연합뉴스]
다만 업계에서는 감면 기준이 모호할 경우 본사와 점주 간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맹본부가 계약 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초기 비용이나 물류비 등 다른 항목의 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입장도 정교하게 반영하는 식으로 정책 공정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세계적으로도 높다는 점에서 과도한 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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