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쌓인 50대 상장사, 현금흐름 막혔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3.05.21 17:15:24
1분기 시총 50개 기업 분석
경기둔화로 재고 21% 늘어
반도체·배터리 증가폭 커
현금유입은 19%나 줄어
SK하이닉스 순유출 전환








올해 1분기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포함)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의 재고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반도체·2차전지(배터리) 업계의 재고자산 증가 폭이 컸다. 재고가 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현금 흐름은 악화됐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1분기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상장사들의 분기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올해 1분기 재고자산은 223조2855억원으로 전년 동기(183조9422억원) 대비 2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채권은 162조7711억원으로 전년 동기(162조1076억원) 수준과 유사했다.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악화됐다.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의 올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조2224억원으로 전년 동기(22조5946억원)에 비해 19.4% 감소했다.

보통 재고가 늘게 되면 관리 비용 등으로 인해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들도 연초 대비 연말 재고자산 증가분만큼을 현금 흐름에서 빼 회계 처리를 한다. 재고자산이 증가했다는 건 제품이 안 팔려 재고로 쌓아둔 자산이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장의 수요가 위축됐다는 지표로 활용되며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늘어난 재고를 털기 위해 할인 판매를 하는 등 수익성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 수요 침체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자산 증가 폭이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54조4195억원, 17조182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4.3%, 65.3%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작년 3월 10조4530억원에서 올해 6조2917억원으로 39.8% 감소했다. 종합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대비 메모리에 특화돼 이익 체력이 약한 SK하이닉스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작년 5조1412억원에서 올해 2조원 규모 순유출(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2~3분기 반도체 업계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4~5월 감산을 시작한 삼성전자 메모리 재고는 2분기 정점을 찍은 이후 3분기부터 감소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성장 분야인 2차전지 업체들의 재고자산도 증가세다. 삼성SDI(3조3041억원) 포스코퓨처엠(1조1583억원)의 올해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6%, 140.8% 늘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재고자산도 각각 135.5%, 12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 형제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분기 3000억원 규모 순유출을 기록 중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회복의 가능성은 배터리 재고 정상화, 신규 재료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 적자인 한국전력의 재고자산도 25.6% 늘었다. 한국전력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 규모는 3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6953억원 순유입에서 5735억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한편 최근 주가 흐름이 긍정적인 일부 종목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작년 1분기 1561억원에서 올해 초 503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LG전자는 1376억원에서 1조793억원으로 8배가량 늘었다.

다만 올해 재고자산은 작년 말(217조2887억원)과 비교해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재고자산이 조만간 감소 추세로 접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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