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70년 독점 깨진다...ATS<대체거래소> 시동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3.07.19 15:53:54
금융위, 넥스트레이드 예비인가

내년 본인가 후 운영 시작 전망

거래소 경쟁시대 돌입

70여년간 일원화 됐던 주식 거래 시장이 처음으로 대체거래소를 맞는다. 국내 증권사·증권유관기관 등이 출자해 만들어진 대체거래소(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넥스트레이드’가 금융당국의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및 학계에서는 ATS의 도입으로 거래수수료 인하 등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금융위원회는 “넥스트레이드의 다자간매매체결회사 투자중개업을 예비인가 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비인가는 2013년 관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초의 ATS 예비인가다. 금융위는 “넥스트레이드 예비인가 심사 결과 자본시장법령상 모든 인가 요건을 충족했고, 외부평가위원회도 동사가 다자간매매체결회사 투자중개업을 영위하기에 적정하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넥스트레이드는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예비인가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으며,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1개월내 심사)를 받는 경우 영업개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예비인가는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소의 대주주 및 자기자본 요건,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 규정, 전산 시스템 개발 계획 등을 승인하는 단계다. 넥스트레이드는 향후 본인가와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거쳐 본격 운영에 돌입한다. 시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넥스트레이드가 정식 출범하면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가 된다.

1956년 이래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적 지위가 해체되는 것이다. 대체거래소의 정식 명칭은 다자간매매체결회사로, 시장 참여자가 정규거래소 이외에서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뜻한다. 자본시장 매매체결 기능에 경쟁을 도입해 거래수수료, 매매체결 속도, 거래 시간 등 측면에서 서비스의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인적·물적자원과 전산시스템을 구비하여 예비인가를 착실히 준비해 왔고 향후 본인가 취득에 문제가 없도록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에 출자한 법인은 증권사 26곳, 증권유관기관 3곳, 정보통신(IT) 기업 4곳 등 총 34개사다. 금융투자협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 등 8개사가 발기인을 맡았다. 초대 대표로는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장이 선임됐다.

국내에서 ATS에 대한 논의는 10여년전에 시작됐다. 2013년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처음 마련됐지만 자기자본 요건, 주식소유 및 거래 대상 등에 대한 엄격한 제한 때문에 진척이 없었다. 2016년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통해 일정 요건을 완화한 후에야 설립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넥스트레이드 법인이 설립됐다.

대체거래소의 자본금 요건은 200억원이다. 매매 체결의 중개 업무만 하지 않고 직접 매매 업무도 취급할 경우에는 인가 요건이 30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 넥스트레이드의 자본금은 1461억원이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이르면 1998년부터 ATS가 운영되며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점도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2007년 ATS가 처음 도입됐다. 이후 기존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고 이들은 수수료를 인하함으로서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2021년 말 기준 총 58개의 ATS가 운영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8%, 유럽에서는 18%, 일본에서는 8%의 증권 거래가 AT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증권업계 및 학계에서는 ATS 도입 이후 서비스의 질 개선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장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맹주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ATS가 오랜 시간 정착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비공개주문시장(다크풀)과 공개주문시장 등 다양한 시장이 존재한다”며 “특히 비공개 주문을 통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다크풀의 경우,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성과 유동성 노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량의 주식을 거래해야 하는 기관투자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한계점도 있다. 넥스트레이드가 운영을 시작한 직후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종목이 거래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거래량 한도가 시장 전체 기준 15%, 개별 종목 기준 30%로 제한돼 있어 유동성이 높은 일부 종목들을 중심으로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거래 시장이 분할되면서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 유동성이 분산되고 가격 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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