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서 돈 뺀 중학개미들, 이 나라에는 3300억 부었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3.08.24 21:51:58
미국 증시 오르자 수익 실현 후
신흥국 시장으로 투자자금 유입
탈중국 수혜국인 인도·베트남 주목
경기 부진 중국·중화권은 부진
환금성 높은 ETF 투자도 가능


2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시민이 자국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의 달 남극 착륙 성공 소식이 실린 신문을 읽고 있다. 찬드라얀 3호는 전날 오후 6시 4분께 달 남극에 착륙했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과 소련,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도, 베트남 등 탈중국 시대 수혜국으로 평가받는 신흥국 펀드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미국 증시가 상반기 높은 상승률을 보이자, 차익 실현에 나선 후 미래 성장 동력이 풍부한 신흥국 상품에 돈을 넣는 모습이다.

다만 그동안 대표적인 신흥국 시장으로 자리 잡았던 중국, 중화권 펀드에선 투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대만 전쟁을 우려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느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국 관련 주식 수익률이 부진하자 ‘차이나 런’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8월 중순 기준 연중 인도, 베트남 공모펀드엔 각각 3127억원, 26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인도, 베트남 공모펀드의 연중 평균 수익률은 각각 13.86%, 22.58%로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 미국, 유럽 시장 펀드에선 자금이 각각 2802억원, 420억원 순유출됐다. 올해 미국의 대표적인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및 나스닥종합지수가 각각 연중 15%, 30% 상승하면서 수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선진 시장에서 빼낸 투자금을 향후 ‘먹을 것’이 많은 것으로 기대되는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에 베팅하는 셈이다.

원조 신흥국인 중국(본토 중심), 중화권(홍콩·대만 등 포함) 공모펀드에도 올해 각각 1912억원, 1707억원의 많은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중 수익률은 중국 펀드가 –4.99%, 중화권 펀드가 –15.44%로 인도, 베트남 펀드 보다 크게 부진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수익률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중앙은행격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RP)를 0.1%포인트 인하했지만, 식어가는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중국, 중화권 펀드에 돈이 몰린 이유는 그동안 중국의 대표 지수, 주요 상장사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단기 바닥을 찍었을 것이란 판단에 저가 매수 심리가 유입되면서 투자 상품에 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기술·성장주 위주의 홍콩 항셍지수는 주요 저항선인 2만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이 예상에 못 미치는 정책금리 인하 폭을 발표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인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위안화가 전시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반면 인도, 베트남 시장은 중국 시장 부진의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한 ‘탈중국화’ 흐름이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공급망 재편의 수혜 지역으로 손꼽히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베트남 VN30지수 및 인도 니프티50지수는 각각 연중 18.39%, 6.7% 상승했다. 최근 니프티5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중국 외 인접 국가로 옮기는 ‘니어쇼어링’ 현상으로 인해 인도, 베트남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도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인건비다. KB증권에 따르면 인도의 월간 평균 인건비는 230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1176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또 인도 시장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주요 소비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크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인도가 생산 기지로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핵심은 낮은 인건비와 더불어 제조업과 긴밀한 협업이필요한 정보기술(IT) 분야에 영어가 가능한 인력이 많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인도의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지수 소속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3개월 전 보다 4% 상향됐다. 베트남 VN지수의 12개월 선행 EPS 전망치도 3개월 전 대비 7.4% 개선됐다. 베트남은 정책 금리 인하, 소비 부양을 위한 부가가치세율 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기도 하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중국을 뛰어넘는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베트남 증시는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베트남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동기 대비 3.32% 증가해 팬데믹 발생 기간의 3.21%를 다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인도 펀드 중 가장 성과가 뛰어났던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 펀드’로 연중 20%를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펀드는 산업재 업종 비중이 51%로 압도적으로 높다. 인도는 높은 경제 성장률이 기대되는 만큼 사회기반시설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종목들의 주가 상승 동력도 발생한 상황이다. 라센 앤 투브로(8.22%), 인터글로브 에이비에이션(7.39%),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6.87%)의 비중이 가장 높다.

베트남 펀드 중에선 HDC자산운용의 ‘HDC베트남적립식 펀드’의 연중 수익률이 약 28%로 가장 좋았다. 해당 펀드는 베트남 종목에 투자하면서, 베트남 당국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우량 기업의 지분매각 입찰에도 참여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활용한다. 베트남외환은행(9.88%), 호아팟그룹(8.77%), FPT디지털리테일(5.54%) 등 다양한 업종별 우량 기업들에 분산 투자한다.

다만 공모펀드는 신속하게 투자금을 빼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경우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베트남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베트남VN30(합성)’ ETF가 유일하다. 해당 ETF는 연중 20.8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도 투자 관련해선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인도Nifty50(합성)’ ETF의 순자산액이 가장 크다. 연중 수익률은 9.92%다. 그 밖에 ‘KODEX 인도Nifty50’ 및 ‘TIGER 인도니프티50’ ETF도 최근 증시에 상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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