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화재 위험 없는 배터리를 향하여

나확진

입력 : 2024.09.21 08:00:04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지난 6월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와 지난달 차량 87대를 불에 타게 한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화재 등으로 배터리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배터리 개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빨리 많은 양의 에너지를 충전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 등 효용성에 초점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무엇보다 안전성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리튬이온배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해당 사진은 본문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함]

한자어로 '전지(電池)'인 배터리는 말 그대로 전기에너지를 담아두는 장치이다.

초전도체가 아닌 한 전기에너지는 물질의 저항으로 인해 일정 부분 열에너지로 바뀔 수밖에 없기에 배터리의 발열은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터리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고온이 된다거나 내부에서 스파크가 일어 불이 붙어 발생하는 배터리 화재는 전기차 등 대용량 배터리 사용이 일상화된 요즈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21일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도칠훈 박사에 따르면 배터리 화재는 리튬 이차전지(리튬을 소재로 쓴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가 널리 사용되면서 문제로 대두됐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동용으로 쓰이는 납축전지를 비롯해 망간 전지, 알칼리망간 전지 등은 에너지 밀도가 리튬 전지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화재 걱정도 적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리튬이차전지는 같은 무게·부피 당 에너지 밀도가 납축전지에 비해 8~9배에 이르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무게와 부피로 고효율의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반면 화재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리튬이차전지의 구성과 전압 모식도
[한국전기연구원 도칠훈 박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리튬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그 사이를 분리하는 분리막, 양극과 음극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해질(주로 액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배터리 화재는 양극과 음극을 통한 전기회로로만 흘러야 할 전자가 내부 분리막 손상 등으로 단락(쇼트)이 발생해 불꽃이 튀고(착화) 그 불이 액체 전해질을 태우는 식으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양극재 등과의 화학반응으로 몇 초 사이에 1천℃ 이상 배터리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각각의 단계별로 화재 발생 소지를 없애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연구·개발되고 있다.

최근 서울대 화학부 임종우 교수 연구팀은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김원배 교수팀, 삼성SDI[006400] 연구팀과 함께한 연구에서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이 흑연 음극재에서 발생한 에틸렌 기체가 하이니켈 소재 양극재로 이동해 양극재 내 산소 기체를 탈출시키고, 이 산소가 다시 음극의 에틸렌 기체를 발생시키는 등 '자가증폭루프'를 통해 강화된다고 지난달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발표했다.

임 교수팀은 나아가 음극 표면에 알루미나 코팅을 통해 자가증폭루프를 차단하면 열폭주를 억제할 수 있음도 보여줬다.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8월 1일 표지 그림.당시 '자가증폭루프'로 인한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설명한 서울대 임종우 교수 연구팀 등의 연구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서울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액체전해질을 고체전해질로 바꿔 불에 타지 않게 하는 연구는 여러 연구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고체전해질은 일반적으로 안정성은 높지만 이온전도도 등에서 액체 전해질에 미치지 못하고 비용이 더 비싸기에 이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융합연구부 김재현 박사팀은 BMI-Br 고체 가소제를 첨가한 고체 고분자전해질을 사용해 높은 이온전도도와 난연 특성을 갖춘 리튬메탈배터리를 개발해 지난해 말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에너지융합대학원 김상륜 교수연구팀도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연구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와 함께 수소화-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개발해 지난달 'ACS 에너지 레터스'에 발표했다.

이와 관련, 도칠훈 박사는 액체 전해질이면서도 난연성·불연성이 있는 플루오르계·인계 유기전해질을 사용한 난연성 리튬이온 전지의 연구개발도 전고체 전지 기술개발과 더불어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도 박사는 "리튬이차전지 사용 제품에서 발생하는 발화 등 열폭주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산·학·연의 연구개발로 화재 위험 없이 한층 더 안전한 리튬이차전지의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ra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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