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판세 불리한 최윤범 회장, 주주간 분쟁 지속시키려 집중투표제 악용”

오대석 기자(ods1@mk.co.kr)

입력 : 2024.12.23 19:30:53


23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집중투표제를 포함해 이사 총수를 19인으로 제한하는 것을 내달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결의하자, MBK파트너스·영풍이 “표 대결 판세에서 불리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하고 어떻게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씩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주로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되는 제도다.

그러나 MBK·영풍은 명목상으로는 소액주주 보호 강화를 추진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최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가 선임될 경우,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의 의결권을 본인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해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MBK·영풍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MBK·영풍은 최 회장 중심의 현재 이사회 구조를 해소해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바로 잡는 데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그동안 주주간 지배권 분쟁이 계속돼 고려아연은 물론 주주들에게 피해가 온전히 전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핵심적인 문제는 소수주주라고 볼 수 없는 최 회장이 의결권 기준 지분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MBK·영풍은 “과거 자기주식 공개매수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경우 같이 겉으로는 주주 보호를 운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제도를 남용하는 것과 동일한 행태”라며 “소수주주 보호방안을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용으로 악용하려는 꼼수를 또 다시 보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최 회장의 의도는 우선 경원문화재단을 포함한 최씨 일가의 지분율이 88% 이상인 ‘유미개발’에서 지난 10일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 조항을 삭제하자고 주주제안한 것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고려아연과 같은 대규모 회사의 집중투표제에 대한 정관 개정의 경우,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와 같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소위 ‘3%룰’이 적용돼 특수관계인 지분이 나눠져 있는 최 회장 측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MBK·영풍은 최 회장의 집중투표제 도입 시도는 일반 주주 및 고려아연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일반공모 유상증자 시도 때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MBK·영풍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이번 경우에는 1, 2대 주주 간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 2대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이뤄지는 주주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유미개발에서는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집중투표제를 시행하자는 주주제안도 발의했다.

이에 대해 MBK·영풍은 “상법상 이러한 주주제안은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것으로서, 현재 고려아연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는 상황에서는 집중투표제에 따른 이사 선임 주주제안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른 소수주주들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행사했을 수도 있는 이사후보 추천권을 행사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일반 주주들 및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주주 간 분쟁이 속히 해결돼 회사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주주간 분쟁이 지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고려아연 현 이사회는 최 회장 전횡을 막을 거버넌스 개선 방향은 외면한 채, 또 한 번 최 회장의 자리 보전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관이 개정되더라도, 법률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소수주주들의 참여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집중투표제 시행에 따른 이사 선임은 다음 주총부터 돼야한다”며 “최 회장 측의 주주제안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와 가치는 무시한 채 오로지 최 회장만을 위한 안건임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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