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달력이 부적?"…디지털시대에도 여전한 인기

은행·병원 달력에 '무도' 20주년·점심 메뉴 추천 일력 등 필사·일기장·자기계발 등 새로운 쓰임도
오인균

입력 : 2024.12.27 05:50:00


'무한도전' 2025년 일력
[MBC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 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조폐공사 달력·한국은행 달력·'무한도전 20주년 일력'….

디지털 시대에도 몸값이 높은 종이 달력들이다.

이달 초부터 서울 시내 여러 은행 앞에는 일찌감치 신년 달력이 모두 소진됐다는 공지문이 나붙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휴대폰으로만 은행 업무를 보다가 달력을 받고 싶어서 오랜만에 은행에 들렀는데 없었다", "은행 문 열자마자 들어가서 간신히 받았다" 등의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달력없음'이 적힌 은행 문 앞
[독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대부분의 사람이 '손안의 달력'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도 여전히 일부 종이 달력은 못 구해서 난리다.

이에 대해 은행 달력은 돈을 부르고, 병원이나 약국 달력은 아프지 않게 하며, 보험사 달력은 사고를 피하게 한다는 등의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달력을 일종의 부적으로 보는 것"이라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불안 요소가 커지면서 시민들이 운에 기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조폐공사의 2025년 달력
[한국조폐공사 제공.]

시중 최고 인기 달력으로는 한국조폐공사의 신년 달력이 꼽힌다.

문제는 일반인은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명 '돈 달력'은 5만원 지폐부터 동전, 기념주화 등 실제 화폐 도안으로 구성됐다.

올해는 약 1만 6천 부가 제작돼 주요 관계기관에 무료로 배포됐다.

"어디서 구할 수 있냐"는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돈 달력'을 웃돈 주고 구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화폐 도안을 사용하려면 한국은행과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수익 목적으로 일반 대중에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연간 510t에 달하는 화폐부산물을 재활용해 달력, 방석, 볼펜 등 다양한 굿즈(기념품)로 만들 계획은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화폐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화폐부산물 중 80% 이상을 소각하는데, 이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화폐박물관에서도 한국은행 달력을 찾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판매용이 아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달 초에 관람객 상대로 소량 배포했으나 이미 소진됐다"면서 "하루에도 몇 명씩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홈페이지에 달력을 판매·배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공지사항으로 올려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2025년 달력 제작 중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달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인쇄소에서 관계자가 2025년 을사년 달력을 제작하고 있다.2024.12.27.

매일 한 장씩 넘기도록 만든 일력도 인기다.

디자인과 목적에 따라 크게 굿즈용, 교육용, 자기계발용으로 나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일력은 MBC TV '무한도전'의 20주년을 기념해 명장면을 모아 특별 제작한 일력이다.

지난 11일 사전예약을 받은 교보문고 사이트에는 이용자가 몰려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그날의 점심 메뉴를 추천해 주는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의 일력도 있다.

매일 달력을 뜯으면 '먹을 복'이 생긴다며 화제다.

'이은경의 어휘 일력 365'는 매일 한 장씩 넘기면서 일상 속 어휘와 어원, 유의어, 반의어 예문 등을 볼 수 있어 문해력을 높일 수 있다는 교육적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목스님의 아침 편지 일력', '성경 말씀 묵상 일력' 같은 종교 달력도 꾸준히 찾는 이들이 있다.

불교 신자 오수빈(37) 씨는 "매일 아침 일력에 적힌 문구를 필사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데, 내년에 쓸 일력도 이미 주문해 뒀다"고 말했다.

일력을 일기장으로 사용한다는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she***'는 "매일매일 찢어낸 일력 뒷면에 일기를 적고 보관해 뒀다가 연말에 하나씩 꺼내 먹는 재미가 있다"고 썼다.

ku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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