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벤처펀드 출자 민간전환, 꼭 지금이어야 하나

입력 : 2023.04.26 08:41:02
제목 : [기자수첩] 벤처펀드 출자 민간전환, 꼭 지금이어야 하나


[톱데일리] 정부가 최근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벤처투자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전체적으로 10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데도 벤처캐피털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정부 지원안의 방향성이 벤처캐피털 업계의 기대와는 다소 상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지원안은 모험자본 시장을 민간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투자 걸림돌로 작용하던 규제는 풀고,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대상 은행권의 융자 규모는 더 늘리기로 했다. 정책금융을 통한 직접 지원보다는 민간의 역동성을 키워 벤처투자 혹한기를 이겨내자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벤처캐피털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회수라고 볼 수 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돈이 귀해지자 벤처캐피털이 최근 몇년간 투자한 포트폴리오들이 시장에서 고평가 투자 논란에 시달리게 됐다. 신규 펀드를 조성하려면 기존 펀드에서 청산 실적을 내야 하지만 고평가 논란으로 인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회수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경색 기미가 뚜렷하다. 결국 회수가 막히면 신규투자도 어려워지는 구조다.

회수시장의 꼬인 스텝을 풀려면 신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해 줄 자금줄을 민간에서 찾는 듯하다. 하지만 민간 역시 돈이 마르기는 매한가지다. 기업들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기업형벤처캐피털(CVC)도 상당수가 개점 휴업상태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기업들의 주력사업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 비주력사업인 CVC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을까 싶다. CVC도 원활히 굴리기 어렵다면 외부 VC 출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정부가 은행권 출자 규제를 일부 풀어주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회수시장 활성화에 보탬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대형은행들은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등 자체 투자 기관을 속속 설립하는 추세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출자 규제 완화는 결국 은행 산하 투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포트폴리오에 힘을 보태주는 결과를 낳을 여지가 있다.

정부는 세컨더리 펀드 확대와 인수·합병(M&A) 주목적 펀드 규제 완화를 통해 회수시장의 난맥상을 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시중에 도는 유동성의 총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정책의 효과가 십분 발휘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규제가 풀린다 한들 사겠다는 사람이 드물다면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회수시장의 난맥상을 풀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는 정책금융의 확대라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모태펀드 예산총액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간 벤처캐피털의 젖줄이나 다름없던 모태펀드의 축소 움직임이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다가온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정부는 민간모펀드를 결성해 출자금 부족을 해소하겠다지만,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 민간 출자자(LP)가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모험자본 시장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공감하지 않는 이는 드물다. 다만 타이밍도 방향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책자금 축소를 굳이 이 혹한기에 강행해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기 어렵다. 민간 중심 전환을 중시하다 모험자본 활성화라는 애초의 목적이 희석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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