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부실이 확산되며 자산신탁사들의 신용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지만 전방산업 위축과 높은 재무 레버리지가 맞물리면서 신탁사 전반에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7일 교보자산신탁(신용등급 A-)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과 저하된 재무 안정성,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1~2년 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교보자산신탁은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개발신탁(책준형 개발신탁) 부문에서 준공 책임이 현실화되며 대손 부담이 급증해 지난해 영업적자 31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375억원 적자에서 8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47.7%에서 2024년 말 167.6%로 급등했다. 개발신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 대비 신탁계정대를 과도하게 투입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금융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정기 신용등급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신탁 업종 부실이 줄줄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8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자산신탁(A)에 대한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3개 부동산신탁사가 총 64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2년까지만 해도 6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불과 2년 사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신탁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97.4%로 전년(56.3%) 대비 급격히 상승했다. 같은 기간 PF 관련 자산이 늘어난 데다 일부 사업장 매출이 지연돼 인식되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된 것이다.
자금조달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신탁사 중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2월 3년 만기 회사채 600억원을 연 5.619% 금리에 발행했다. 같은 신용등급(A)인 3년물 평균 금리가 약 3.8%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조달비용을 감수한 셈이다.
신탁사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더해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월이표채 구조 덕분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금리 하향 기조 속에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토지신탁도 22일 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전방산업인 건설업계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종합건설사 부도 건수는 2022년 5건, 2023년 9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2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4실장은 "매출채권 증가와 수익성 저하로 주요 건설사는 2022년 이후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현금 부족분을 차입에 의존하면서 순차입금 의존도는 2021년 말 '마이너스'에서 지난해 말 10.1%로 상승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