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쌀은 지키겠다”…미국과 관세 담판 앞둔 한국, 히든카드는 ‘에너지’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입력 : 2025.07.23 00:13:31
25일 재무·통상 2+2협의
“사실상 마지막 협상” 총력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상호관세 유예시간 종료 일주일을 앞두고 한미 양국 재무·통상 장관이 2+2 통상협의를 25일 개최한다.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이번 회의가 사실상 최종 담판이다.

한국은 총력전에 나섰다. 이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나경원·이준석 등 한미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은 미국으로 갔다. 22일 협상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취임 40일 만에 세 번째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경제 수장으로 2+2 통상협의를 총괄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출국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방미길에 오른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 국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국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곧 출국할 예정이다.

이날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여 본부장은 “민간 사항을 반영해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 본부장은 한미 양측이 ‘윈윈’하는 ‘포지티브 섬’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세협상의 핵심 어젠다인 쌀과 소고기 추가개방 문제를 두고 한국은 일단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쌀과 소고기는 협상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쌀은 매년 20만t씩 초과 공급되고 있고 시장격리 비용이 수조 원씩 발생하고 있다. 미국산 쌀 수입만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WTO 쌀 관세화 협상 결과에 따라 2021년부터 쌀에 대해 513%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미국·중국·호주·태국·베트남 등 5개국에는 연 40만8700t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배정해 5% 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미국 수입 물량은 연 13만2304t으로 32%를 차지한다.

소고기도 추가개방을 위한 협상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시장 개방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미 한국이 전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들어 방어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한국은 2021~2024년 4년 연속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에 따르면 특히 지난 5월에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40%나 급증해 2023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 정부는 축산농가 반발과 여론 악화 우려 등도 이유로 들어 미국산 소고기 추가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방어만 하면 협상은 깨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대한의 구매 전략’을 최종 협상카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요구하는 사항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상당히 많다”며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수용하면 좋은 협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재정은 물론 민간과 공기업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협상을 타결한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도 수백억 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제품·에너지 등 구매약정을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

미국 퍼미안 분지의 원유시추설비. [로이터 = 연합뉴스]


에너지는 대표적인 수입 확대 품목으로 꼽힌다. 공공 부문의 에너지 대미 수입 확대는 시동을 건 상태다. 정부는 석유 비축 계획에 따라 중동산 중질유를 미국산 경질유 등으로 대체할 예정인데, 올해 목표 물량은 600만배럴이다.

민간에서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6.3%인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을 10%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는 1억배럴 이상의 물량이다.

올해 장기 도입 계약이 만료되는 898만t 규모의 카타르·오만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것 등을 통해 미국산 LNG 비중도 2배가량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원유와 LNG 수입 가격을 감안하면 대미 수입액이 10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556억달러의 18%에 달하는 규모다.

반도체 장비도 수입 확대 여력이 있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관련 수요도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항공기와 무기 등도 대량 구매가 가능한 품목으로 꼽힌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해 온라인플랫폼법 처리를 미루기로 했다.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을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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