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재원 배분 논의... 비은행권 500억 분담할듯

이용안 기자(lee.yongan@mk.co.kr)

입력 : 2025.07.23 16:19:58
전 금융권서 배드뱅크 재원 4000억 마련
은행권 3500억, 비은행권 500억 가능성
금투·상호금융은 분담 주체서 빠져 있어


이재명 정부가 자영업자 장기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그램 배드뱅크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점가 폐업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빚 탕감’ 배드뱅크의 재원 마련을 두고 금융권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큰 틀에선 은행권이 35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권역이 500억원을 부담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세부적인 분담 비중을 나누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은행연합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생·손보협회, 한국대부금융협회 등이 한데 모여 배드뱅크 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 금융권이 부담해야 할 재원 4000억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배드뱅크 사업은 7년 이상 연체됐으면서, 5000만원 미만인 빚을 탕감해 주는 사업이다. 정부 예산 4000억원에 전 금융권이 마련한 4000억원을 더해 재원을 마련한다.

당일 회의에서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금융권에선 은행이 3500억원, 다른 업권들이 500억원을 내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금융업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이익을 많이 낸 은행권이 배드뱅크 재원 부담도 가장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권별로 구체적인 분담 비율을 정하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릴 예정이다. 아직 분담 주체에 대한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저축은행은 2023년부터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배드뱅크 재원금 분담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회는 분담금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5400억원 가량 보유한 상호금융도 현재 분담금 논의에서 빠져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8월에 배드뱅크 기구를 만들어 10월부터 연체채권을 매입을 시작해 시간이 많진 않지만, 우선 정부 예산 4000억원으로 배드뱅크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며 “업권별 분담금을 확정 짓는 일은 빠르게 이뤄지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최근 업권별 배드뱅크 운영을 위한 실무회의까지 열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본격 운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과제가 대부업권의 참여 독려다. 대부업권은 금융업권 중 가장 많은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캠코와 협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보유 채권을 매각해야 정책이 흥행하는 셈이다. 특히 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매입추심업체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문제는 배드뱅크의 매입가율을 높이지 않으면 매입추심업체의 참여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금융위원회는 평균 5%의 매입가율로 채권을 일괄매입하겠다고 밝혔다. 100만원짜리 연체채권을 평균 5만원에 사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입추심업체의 평균 매입가율은 29.9%에 달한다. 최소 10% 이상으로 매입가율을 높여야 매입추심업체들이 배드뱅크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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