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스테이블코인의 또 다른 사용처, 기업간 내부 결제[엠블록레터]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입력 : 2025.07.23 17:07:57


[엠블록레터] 최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5월 대선 당시 여러 화두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구요. 지난주에는 미국 상하원 국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가 통과하면서 또다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원화스테이블코인을 두고 말이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가 이미 대중화돼 있는데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무슨 필요가 있냐는 주장부터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라는 사실상 전세계 기축통화의 위력을 빌어 새로운 금융망을 구성하려고 하지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그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입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또 그렇다고 스테이블코인을 필두로 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에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이런 상황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기업간 내부 결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 대기업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해외 지사와 국내 본사간 송수금 수요가 꽤 많습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면 연간 상당한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24시간 낮은 수수료로 본사 즉시 송금 가능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공통점, 무엇일까요? 바로 해외 사업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전 세계에 수백개의 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고, LG그룹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본사와 해외 법인 간에 돈을 주고받을 때 겪습니다. 기존 은행 송금 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첫째,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한국에서 미국 법인으로 돈을 보내려면 보통 2-3일은 기본이고, 때로는 일주일까지도 걸리는 경우가 있죠. 급한 결제 건이 있어도 즉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국제송금 수수료, 환전 수수료, 중개은행 수수료까지 더해면 송금액이 클수록 부담도 커집니다.

셋째, 절차가 복잡합니다. 각종 서류 작성부터 시작해서 컴플라이언스 검토 등 담당자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하냐면,

▪︎ 24시간 언제든지 즉시 송금: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영업시간이나 주말, 공휴일과 상관없이 24시간 언제든 거래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본사에서 금요일 저녁에 미국 법인으로 긴급 자금을 보내야 한다면 몇 분 안에 처리가 가능합니다.

▪︎ 수수료 절감: 기존 국제송금 수수료가 보통 송금액의 1~3% 수준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이를 0.1% 수준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해외 송금을 하는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 절감 효과입니다.

▪︎ 투명한 거래와 회계 관리: 블록체인의 특성상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실시간으로 추적이 가능합니다. 회계 관리나 내부 감사 측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인 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스테이블코인 도입하면 연간 1억달러 비용 절감 가능”
이런 장점 때문에 삼성전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내부 송금에 활용하면 연간 최대 1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습니다. 국제 송금에 흔히 사용되는 SWIFT망은 수수료가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해, 국내 유수 대기업들도 내부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물론 고려해야 할 점들도 있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규제입니다. 미국에서도 최근에야 정립됐구요. 우리나라는 아직 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관련 제도를 점진적으로 정비하고 입법을 준비 중입니다.

두번째는 기업 내부의 시스템 구축입니다. 기존 회계 시스템과 연동하고 직원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전송망도 함께 구축해야하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들과 협력해 도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이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제 송금은 분명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제 전송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커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면 공급망을 따라 협력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잘만 운영된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무역 결제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도 될 수 있겠죠. 원화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 기업 내부에도 있다는 것도 꼭 염두에 둬야 하겠습니다.

[엠블록 파트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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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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