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이 조단위면 어떡하라고”...이통사 제재 놓고 공정위·부처 또 엇박자났다는데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4.11.09 11:18:54
부처간 정책 엇박자에 시장 우려 커져
사전 역할조율 등 교통정리 필요성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나선 사건들을 둘러 싼 부처 간 잡음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동통신 3사 판매장려금 등에 대한 담합 혐의를 놓고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통신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정책과 입장이 연달아 엇박자가 나는 모습에 시장에선 혼란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와 타 부처 충돌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전 역할조율 등 정부 내 교통정리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SK테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담합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 일정을 내년 초로 조율 중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대 은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사건도 심의를 앞두고 있다.

관련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공정위 제재에 반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KT 측 요청에 “공정위에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권에서도 LTV 담합이 인정될 경우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사건에서 부처 의견부터 일일이 고려하면 조사 자체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행정지도 개입 담합에 대한 심사지침을 마련해 “타 부처 지침이 있더라도 명확히 허용된 합의가 아니면 담합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이미 규정한 점에서도 할 말은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사와 시중은행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방통위가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해 판매 장려금 규모를 제한한 행정지도를 따른 것”인데 조사를 강행했으니, 정부 말을 들었다가 조 단위 과징금 처분을 맞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2012년 6대 은행이 대출 금리 기준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며 조사에 나섰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심의 종결된 사례 등에서도, 공정위 제재가 시장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 3사는 특히 조 단위 과징금을 맞을 경우 통신 정책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과기부와 방통위가 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통신사들은 오는 13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관련 문제에 대한 업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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