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서 자립을 꿈꾸는 고립·은둔 청년들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IBK행복나눔재단, 올레길 완주 프로그램 진행
김호천

입력 : 2024.11.23 10:00:04


가파도 올레길 걷는 고립·은둔 청년들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처음에는 불안함이 가득해 앞이 깜깜했지만, 함께 걷고 서로에게 걱정과 응원도 해주다 보니 용기가 났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자신이 생겼습니다." 지난 4일 제주에 도착해 23일 현재까지 매일 올레길을 걷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 A씨의 소감이다.

그는 서울에 있는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가 IBK행복나눔재단의 지원으로 시행하는 'IBK기업은행 올레길 완주'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고립 위기에 놓인 청년의 자립을 돕는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지난달 11일 면접을 통해 8명의 청년 참여자를 선정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 경남 창원 등지에서 최소 1년에서 최대 13년간 고립·은둔생활을 해왔다.

제주에 도착한 이들은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한 펜션에서 합숙하며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함께 식사하고 나서 차를 타고 이동해 매일 올레길 한 코스씩 걷고 있다.

이들은 전날까지 모두 12개 코스, 총 165.6㎞를 걸었다.

계속해서 다음 달 18일까지 올레길 27개 코스를 모두 완주할 계획이다.

청년들은 그동안 서로의 강점을 이해할 수 있는 '강점스팟'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승마체험을 하고, 제주국제감귤박람회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앞으로 산방산 힐링 온천 체험, 야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또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코치의 개인별 컨설팅을 통해 회복지점을 찾아 각자의 목표와 비전 설정에 힘쓰고 있다.

저녁 식사 후에는 '기지개 모임'을 하며 각자의 몸과 마음 상태를 점검하고, 제시된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발표하며 자기표현과 자기 이해 능력을 강화한다.

IBK행복나눔재단은 올레길 프로그램 상황을 점검하며 각종 지원을 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 경험 사업, 경제교육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장은 "고립·은둔 청년들은 긴 기간의 은둔으로 수면 습관과 식습관, 자기효능감이 무너져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올레길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이 제주에서 삶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걸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회복을 경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khc@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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