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SK, 부채 줄고 이익 늘고…체질 개선해 미래투자 속도

부채비율 145%→128%로 감소…영업이익, 2.4조 적자에서 18.2조 흑자 전환SK㈜ 종속기업 716개→660개로 슬림화…연말 인사서 AI 조직 강화
장하나

입력 : 2024.12.08 06:11:01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올해 초부터 조직 슬림화와 운영 효율화 등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추진해 온 SK그룹이 빚은 줄고 이익은 늘어나는 반전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계의 경영 키워드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경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가 선제적인 체질 개선으로 인공지능(AI) 등 미래에 투자할 체력을 비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 CEO 세미나서 폐막사 하는 최태원 회장
[SK그룹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45%에서 지난 3분기 말 기준 128%로 줄었다.

같은 기간 SK그룹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84조2천억원에서 76조2천억원 수준으로 감소하며 재무적 안정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익은 증가 추세다.

지난해 SK그룹은 총 2조4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3분기 누적 18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지난해에는 20조6천억원이었지만, 올해는 3분기 누적 34조5천억원으로 늘어나며 확연한 개선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조원의 적자였던 세전이익은 올해 3분기 현재까지 14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관리 가능한 범위' 구축을 위한 조직 슬림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주사인 SK㈜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종속 기업은 연초 716개에서 660개로 9개월 만에 56개(7.8%)가 줄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빠르면서도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이어 지난해 말 그룹의 최고 경영협의체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을 선임하며 그룹의 선제적인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SK그룹이 연초부터 그룹 전반에서 빠르게 조직 슬림화와 운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며 선제적으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 준비에 시동을 거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업 전반의 군살 빼기를 일찌감치 진행하고, 이를 통해 비축한 체력을 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는 방향성을 설정한 것에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룹 지주사인 SK㈜에 대해 "순차입금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리밸런싱 효과로 감소세가 기대된다"며 "부정적인 요인이 해소된 것을 확인하며 리레이팅(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스페셜티 매각 추진 등 이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도체 부문 자회사의 턴어라운드가 확인된 가운데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통해 주가 리레이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 AI 서밋 2024
[연합뉴스 자료사진]

SK그룹은 내년에도 리밸런싱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그간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AI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단행한 인사에서는 SK텔레콤 주도로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 센터를 신설했고, SK㈜는 미래 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AI 혁신'과 '성장 지원'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SK AI 서밋 2024'에서 "(리밸런싱으로) 줄이는 건 줄이는 대로 노력을 할 필요가 있으며, 줄인 부분을 통해 AI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리밸런싱과 AI 투자가 다른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SK그룹 CEO들은 지난달 열린 CEO 세미나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peration Improvement)의 속도를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AI 등을 활용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hanajja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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