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는 킹달러가 호재 아니야?”…현대차·기아 주가, 미지근한 이유는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입력 : 2024.12.26 22:11:10
달러당 원화값 10원 내리면
영업익 2800억 늘어나는데
트럼프 관세 리스크에 타격




달러당 원화값이 1464원까지 뚫었지만 대표적인 수출주이자 고환율 수혜주인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닥친 트럼프의 보편관세 리스크, 내수 침체에다 엔화 약세, 외화부채 등 복잡한 악재들이 현대차·기아 주가를 누르고 있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46% 오른 2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 주가는 2.29% 오른 10만2900원에 장을 마쳤다. 높은 배당률에도 불구하고 배당기준일인 이날 현대차우는 1.77%, 현대차2우B는 1.4% 오르는 데 그쳤다.

매출액 중 북미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 주가는 최근 원화값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 매출 중 북미 비중은 지난해 41%이며 올해는 4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역시 올해 예상 북미 매출액 비중이 44%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원화값이 떨어질수록 매출과 이익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원화값이 10원 떨어질수록 2800억원(내년 영업익의 1.9%) 늘어난다. 기아의 영업이익은 2200억원(내년 영업익의 1.7%)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값이 본격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최근 한 달 동안 현대차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렀고, 현대차 우선주 주가는 1~2% 하락했다. 글로벌 판매가 작년에 비해 그나마 덜 꺾인 기아만 주가가 5.2% 상승했다.

9월 26일 25만900원까지 올라갔던 현대차 주가가 21만원까지 떨어진 것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보편 관세를 통해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내세운 바 있다. 11월 자동차 판매에서 현대차 내수판매가 전년 대비 18%, 수출은 5% 감소한 충격도 주가에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다 엔화까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약세 효과를 희석시켰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일본 차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여도 엔화까지 약세를 보이면 경쟁력이 높아지기 힘들다. 엔화는 최근 3개월간 달러화에 비해 2%가량 하락했는데, 이 기간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2760엔에서 3156엔까지 상승했다.

특히 일시적으로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기말환율에 따라 변동하는 판매보증 충당부채(지출 시기 및 규모가 불확실한 부채) 비용까지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가지고 있는 충당부채 중 70~80%가 달러화 표시 부채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말 달러당 원화값 1320원에 비해 급락한 1450원으로 마감될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충당부채 비용의 전입액은 현대차가 5730억원, 기아는 4940억원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당부채가 수익성에는 부정적이지만 실제 현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현재 현대차·기아의 주주환원 여력을 감안하면 지금의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수익비율(PER)은 4.2배, 기아는 3.9배로 폭스바겐(3.5배)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최저 수준이다. 도요타는 8.8배이며, 현대차·기아와 영업이익률이 비슷한 BMW도 6배다.

현대차와 기아는 밸류업 공시(기업가치 제고 계획)를 통해 이미 8%가 넘는 주주환원 수익률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의 기대배당수익률을 5.6%, 총주주환원수익률은 8%다. 기아는 기대배당수익률이 6.6%, 총주주환원수익률은 9.2%다. 기아는 내년 1월 말부터 자사주 본격 매입에 대한 기대까지 주가를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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