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 더는 두고 못봐” …알리 손잡는 G마켓, 덩치 키워 맞불 놓는다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입력 : 2024.12.26 23:12:02
3년전 최대 규모의 M&A로
기대 한몸에 받았던 G마켓
쿠팡·네이버에 밀리며 고전

알리 구매 경쟁력과 시너지
G마켓 셀러도 글로벌 진출

물류센터·배송시스템 통해
규모의 경제도 속도 더 낼듯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이커머스 동맹’을 맺게 된 것은 지마켓의 오랜 부진을 만회하고 이커머스 시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21년 6월 3조 4400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이베이코리아가 갖고 있던 지마켓 지분 80%를 전격 인수했다. 그룹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결과는 녹록지 않았다.

지난 2020년 1조 2442억원이었던 지마켓 매출액은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 1조 1967억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그해 79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1년 59억원 적자로 곤두박질쳤고, 2022년 654억원으로 적자가 늘어나더니 지난해도 영업적자(321억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마켓 인수가 새로운 성장의 단초가 아니라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돼버린 것이다.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알리의 물류 경쟁력과 소싱력(대외구매 역량)에 힘입어 이커머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알리로서는 지마켓 브랜드의 신뢰성에 힘입어 저가·저품질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매경DB]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알리바바 그룹의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조인트 벤처를 통해 지마켓 60만 셀러들을 위한 글로벌 진출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라며 “알리의 최대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마켓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마켓 셀러가 판매하는 국내 강소기업들의 우수 상품이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 세계 200여개 국가와 지역으로 판로를 넓힐 수 있게 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축적해온 IT 기술을 통해 지마켓의 IT 기술이 일거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된다”며 “상품 구색 확대, 가격 경쟁력 증대, 개인 맞춤형 쇼핑 개선 등에 투자가 이뤄지면 소비자 편의성과 혜택은 몇 배, 몇 십 배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이 2021년 지마켓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지마켓은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였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 중심축이 쿠팡을 중심으로 한 직매입 업체로 빠르게 재편된 데다, 주력인 오픈마켓 시장마저 현재는 네이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8조 8607억원에 달한다. 이중 네이버 쇼핑이 22%, 쿠팡이 20%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지마켓(15%), 11번가(13%) 순이다. 총거래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쿠팡이 약 57조원, 네이버가 약 45조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한중 유통공룡’간 동맹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파급력이 앞으로 상당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은 ‘중국산’ ‘저품질’ 이미지로 인해 점유율 확장에 애를 먹고 있지만, 한때 오프마켓 1위였던 지마켓의 신뢰도와 물류 경쟁력에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상품 소싱력 등이 더해질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마켓은 국내 1세대 이커머스로서 업계 정상을 지키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2000년 설립돼 2005년부터 16년 연속 흑자를 냈고,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브랜드파워 조사에서도 인터넷 쇼핑몰 부문 1위를 내내 지켰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오픈마켓’ 경쟁력이 약화 중인데도 오픈마켓 비지니스 모델을 포기하지 않았고, ‘가격 비교’ 서비스에 특화한 네이버, 직매입에 방점을 찍은 쿠팡에 밀리게 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예고한 대대적 투자에 지마켓의 판매자 생태계가 결합한다면 ‘규모의 경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 상반기 중 평택항 인근에 국내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쿠팡처럼 신속배송 시스템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수료 무료 정책을 통해 네이버가 그간 공들인 브랜드스토어 잠식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물류 효율화와 셀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 지마켓 기조와도 상통한다. 지마켓은 지난 7월 ‘재무통’ 정형권 대표의 취임 이후 비용 절감과 입점 셀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초 중국에서 현지 셀러 모집에 나서는가 하면, 지난 6월 CJ대한통운과 ‘스마일배송’ ‘스타배송’ 협력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지마켓은 지난해 4분기 8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올해에도 기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다만 약 1조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한번에 장부에 반영해야 하는 점은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다. 이번 JV 설립 과정에서 지마켓은 약 3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가 지마켓(이베이코리아) 지분 80% 인수에 약 3조4400억원을 들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분 100% 기준 4조3000억원에서 기업가치가 3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사실상 지마켓을 알리바바그룹에 넘기고 손을 떼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동안 공동경영에 힘을 쏟아 지마켓의 기업 가치를 다시금 높인 후 좋은 가격에 모든 지분을 넘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이번 JV 설립은 지마켓 주요 경영진조차 인지하지 못한 깜짝 발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7월 지마켓을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 출신인 정형권 대표를 내정했다. “실적 부진 CEO는 곧바로 교체하겠다”는 정 회장의 신상필벌 기조가 반영된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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