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슈퍼리치들, 해외 자산 정리하고 국내투자로 돌리고 있어요”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7.28 23:00:03
입력 : 2025.07.28 23:00:03
이재경 NH투자증권 부사장
절세 위해 해외서 국내로 돈 돌려
7~8년 묶는 사모보다 ETF 선호
절세 위해 해외서 국내로 돈 돌려
7~8년 묶는 사모보다 ETF 선호

“지금은 돈을 7~8년 묶을 시대가 아니다.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핵심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재경 NH투자증권 리테일사업총괄부문 대표 부사장은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전략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을 계기로 장기 사모 상품보다 단기 유동성 중심의 운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고액자산가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결국 세금”이라며 “절세 가능성이 열리면서 해외에 두었던 자산을 국내로 돌리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소득에 분리과세가 적용될 경우 국내 주식, 특히 대형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배당수익률 3%인 종목에 분리과세가 적용된다면 종합과세 대상인 예금이자보다 실효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수억 원 단위로 매수 가능한 국내 대형주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관망세가 뚜렷하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려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세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자산가들 역시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부사장은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자산 배분 전략이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며 “지난 5월 이후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은 해외에서 국내로 옮겨왔다”며 “유연하게 자금을 넣고 뺄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나 공모펀드에 대한 선호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나 폐쇄형 장기 상품은 지금으로선 비중이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종합투자계좌(IMA) 도입을 위한 시행령과 규정을 입법예고한 상태로, 일부 증권사의 IMA 인가 신청도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IMA는 원금 보전형 상품까지 포함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들의 자산 운용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부사장은 “자본시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원금 보전’이라는 표현을 쓰기 어렵지만 IMA에서는 일정한 구조 안에서 그 문구를 활용할 수 있다”며 “퇴직연금에서 IMA 계좌 활용이 허용된다면 증권 기반 자산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 전략이 재편되면서 자산관리(WM) 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의 패밀리오피스 가입 가문은 최근 200곳을 넘어섰다. 가문마다 서로 다른 관심 분야에 세밀하게 대응하기 위해 NH투자증권은 패밀리오피스 가입 기준을 기존 100억원 이상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상향했다.
이 부사장은 “과거엔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상속·증여, 업종 전환, 자산 리밸런싱까지 다뤄야 할 이슈가 많아졌다”며 “고객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고 정밀한 자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WM 부문과 기업금융(IB) 부문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교환사채(EB) 발행이나 프라이빗딜 구조화 같은 영역에서 WM 고객과 IB 조직이 수시로 협업한다”며 “고객의 니즈가 복합화될수록 자산관리와 금융 구조화가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WM 조직 개편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리테일 전담 IB 컨설턴트, 유언신탁 전문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신규 영입했고 지방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전국 중소기업 고객의 자금 조달 수요에도 적극 대응 중이다.
이 부사장은 “고액자산가 고객들 중에는 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방 거점 점포를 통해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상담이 활발히 들어오고 있으며, 접수한 니즈를 WM 부문으로 연결해 전담 담당자가 배정되는 협업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씨티은행 프라이빗뱅커(PB)로 금융권에 발을 들였고 삼성증권에서 SNI강남파이낸스 지점장, SNI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2021년 NH투자증권에 합류해 프리미어블루본부 대표, PWM사업부 총괄대표를 거쳐 지난해 말 리테일사업총괄부문 대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