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미국 패권과 연결될까?

입력 : 2025.07.31 11:52:14 I 수정 : 2025.07.31 13:40:11
“(스테이블코인은) 어쩌면 인터넷 탄생 이후 금융 기술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이다.”

7월 18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한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의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미국이 지니어스 법안을 빠르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 수용을 넘어,딜레마에 직면한 미국의 전략적 대응이 담겨 있습니다.

지니어스 법안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이 현재 어떤 경제적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현재 미국은 두 가지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 점차 약화되고 있는 달러 패권을 강화해야 하고, 둘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아래 제조업 부흥과 AI 등 첨단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중국은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도해왔고, 우방인 일본 등도 국채 매입을 줄이면서 미국의 부채를 떠받쳐줄 수요 기반이 약화됐습니다.

바로 여기서 의외의 해답이 등장합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입니다.

마엘스트롬(Maelstrom)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5년간 디지털 자산의 시가총액이 100원 늘어날 때마다, 평균 8.6원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이 되었습니다.

지니어스 법안에 의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금액에 비례하여 미국채 등 안정적인 자산을 필수적으로 담보로 보유해야합니다.

미국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지속적인 성장은 약 1조 달러 규모의 추가 국채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디지털 자산에 자금이 유입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나고 발행사들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미국의 부채를 떠받쳐주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미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USDT(테더)는 2025년 3월 기준 1,200억 달러를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1,114억 달러)을 앞선 수치로 전 세계 보유국 중 19위에 해당합니다.

테더는 2024년 한 해 동안 331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순매입했고,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7위 규모라는 점입니다.

결국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곧 ‘미국 국채에 대한 새로운 수요’로 직결됩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도 그 공백은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메우게 됩니다.

트럼프 정부가 서둘러 지니어스 법안을 발효시키려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제도화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해석됩니다.

이 모든 움직임은 단발적인 대응이 아니라 철저히 설계된 ‘크립토–달러–AI’ 선순환 사이클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이클은 다음과 같이 작동합니다.

우호적인 디지털 자산 정책을 통해 긍적적인 시장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지니어스 법안과 함께 9조 달러 규모의 미국의 퇴직연금(401K)의 디지털 자산 투자 허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디지털 자산 붐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증가합니다.

늘어난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은 미국 국채 수요를 떠받칩니다.

미국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AI, 기술 산업에 집중 투자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첨단 기술 패권과 달러 패권이 동시에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됩니다.

결국 지니어스 법안은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통해 미국 국채 수요를 공고히 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달러 패권 질서를 설계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단순한 기술 수용을 넘어서 재정 안정과 글로벌 주도권 유지를 위한 국가 전략의 일환인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의 미래는 곧 달러의 미래이고 이는 다시 미국의 AI 및 첨단 기술 주도권 강화로 이어지는 거시적 순환의 첫 고리입니다.

지금 미국은 그 고리를 법제화하고 제도화하는 중입니다.

다음 기고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AI 에이전트 생태계와 어떻게 융합될지 이러한 상황에서 코인베이스와 스트라이프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에겐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혜성 아크포인트 COO]

*본 기사에서 제공되는 모든 정보는 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이며, 특정 종목, 코인의 매수 또는 매도를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결정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진 칼럼이며 매일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8.01 05:44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