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대상] ③ 임세령, 아쉬운 '초록마을' 엑시트

입력 : 2023.06.15 08:30:08
제목 : [유통진단] [대상] ③ 임세령, 아쉬운 '초록마을' 엑시트
유일한 지배력 행사 기업 매각…타이밍 놓치며 '절반의 성과'

[톱데일리] 대상그룹이 임세령 부회장의 지배력이 우세했던 초록마을을 매각하면서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의 축이 임상민 부사장 쪽으로 기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초록마을을 활용한 임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승계 재원 마련 계획이 절반의 성과 달성에 그쳤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신선식품 포트폴리오 초록마을을 매각했다. 축산물 유통 플랫폼 정육각에 대상홀딩스와 임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초록마을 지분 99.57%를 900억원에 청산했 다. 2010년부터 10년 넘게 갖고 있던 핵심 계열사를 결국 그룹 품에서 떠나보낸 것이다.

대상그룹이 초록마을을 매각한 이유는 치열해진 신선식품 판매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온라인 유통사가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시장이 포화되면서 초록마을도 근거리 배송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온라인 판매 강화에 나섰지만, 경쟁력 확보에 역부족이었다.

◆ 초록마을 매각 이후 승계 구도 확고…임상민 판정승


초록마을 주주는 대상홀딩스(49.1%) 외에 오너일가 장녀 임세령 부회장(30.17%), 차녀 임상민 부사장(20.31%)으로 구성돼 있었다. 대상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임세령 부회장의 개인 지배력이 우세했던 유일한 곳이었다. 지분 매각으로 임세령 부회장은 273억원, 임상민 부사장은 183억원을 손에 쥐었다.

언뜻 보면 개인 최대주주인 임 부회장이 특히 이득을 많이 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그렇지도 않다. 당초 대상그룹이 매각 희망가로 제시했던 2000억원보다 기업가치가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최종 인수가인 900억원도 업계에서 예상한 1000억원 밸류보다 낮은 금액이었다.

초록마을은 대상그룹에 편입된 이후 임 부회장이 직접 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기업이다. 임상민 부사장도 2014년부터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임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았던 탓에 초록마을은 임 부회장 중심으로 향후 승계 재원을 마련할 발판이 될 계열사로 관측됐다.

실제로 임세령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초록마을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전량인수하는 동시에, 현대자동차 등 기존주주로부터 구주까지 매입해 0%였던 초록마을 지분율을 22.69%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지분 추가 매수 등으로 기존 부친 임창욱 회장의 개인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왔다.

임 부회장 입장에선 초록마을 매각 대신 몸집을 계속 키운 뒤 대상홀딩스 등과의 합병으로 지분율을 부풀리는 등의 방안도 고려할 수 있었겠지만 결국 기회는 영영 떠났다. 사업 부진이 장기화되며 승계 구도를 뒤집을 만큼의 재원 마련에도 성공하지 못하게 됐다.

현재는 대상그룹의 경영승계 가닥이 올해 3월 승진한 동생 임상민 부사장 쪽으로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임세령 부회장에 유리한 추가 패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초록마을 매각 이후 다른 활용 카드는 전무하다. 현재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임 부사장(36.71%)으로 임 부회장(20.41%)과 지분율 차이가 상당하다.

대상에서 임 부회장 지분은 0.46%에 불과하다. 그외 계열사에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분도 마땅치 않다. 앞서 임 부회장의 지분 12.5%가 있었던 농산물 유통법인 아그로닉스는 일감몰아주기 의혹 이후 2016년 청산됐다. 대상베스트코도 임 부회장 지분이 10% 있었으나 적자 구조 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리했다.

현재로선 대상홀딩스를 비롯한 주요 그룹사의 지분 경쟁에서 임세령 부회장이 동생을 앞서는 곳은 없다. 대상홀딩스 지분 승계도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라 지난해 말 기준 임 부회장이 부친 임창욱 회장(4.09%)과 모친 박현주 부회장(3.87%) 지분을 모두 가져온다 해도 28.37%에 불과해 동생 임 부사장을 앞지르긴 어려울 전망이다.

◆ 4년간 누적 적자 167억…한발 늦은 매각 타이밍

임 부회장이 승계 재원 마련의 극대화를 위해 초록마을을 더 비싼 가격에 팔 기회도 있었지만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다.

대상홀딩스의 인수 이후 연간 1000억원 아래였던 매출은 2013년 1384억원, 2014년 1761억원, 2015년 2114억원을 거쳐 2016년엔 연간 매출 2305억원을 기록하면서 2배 이상 불어났다.

초록마을은 약 5년 정도 짧았던 성장의 시기를 보내고 매출이 급락했다. 2017년 매출이 처음 역성장한 이후 2019년에는 1639억원까지 내려왔다. 이후 온라인 사업부문 육성 등 사업 재편을 통해 매출을 다시 끌어올렸지만 최종 매각될 때까지 매출 2000억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 추락이 발생함과 동시에 적자도 불어나기 시작했다. 기존에 연간 40억원 이상 이익을 내던 초록마을은 2018년 영업손실 43억원 기록을 시작으로 매각될 때까지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2021년까지 4 년간 누적 영업손실 167억원을 기록하며 재무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통상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주가매출비율(PSR)이 3배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초록마을이 꾸준한 이익 창출과 함께 거침 없이 몸집을 키웠던 2016년 전후로 7000억원 상당의 몸값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업 재편 등 노력 대신 매각 결정이 빨랐다면 훨씬 많은 금액을 노려볼 수 있었던 셈이다.

일각에선 동종 업계 쿠팡의 사례처럼 초록마을이 최대 PSR 5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적 전망도 있었다. 이를 적용하면 초록마을의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 임세령 부회장은 2400억원 가량 손에 쥘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2014년 초록마을 기업가치 추산치가 약 415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배 몸값이다.

투자 시장 관점에서도 초록마을 매각 시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대상그룹이 초록마을 매각 관련 예비 입찰을 준비하던 2021년 하반기만 해도 3300을 넘던 코스피지수는 매각 완료 시점엔 2600대로 지속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경기 침체로 투자 시장이 한창 얼어붙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대상홀딩스 관계자는 "초록마을은 그룹 차원에서도 애정을 갖고 경영에 관심을 가져 왔다. 사업구조를 개편해 실적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온라인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종 매각했다"며 "그룹에선 초록마을 매각을 통해 사 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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