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대상] ④ 원가 폭등에 가격 올렸지만, 재무부담 '여전'
입력 : 2023.06.16 15:47:29
제목 : [유통진단] [대상] ④ 원가 폭등에 가격 올렸지만, 재무부담 '여전'
'청정원' 등 제품價 일제히 인상…현금흐름 악화로 신용등급도 하락[톱데일리] '청정원', '순창고추장', '미원' 등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이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 특히 사업 핵심인 김치와 전분당의 주재료(배추, 옥수수 등)들의 원가 폭등에 맞서 지난해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지만 이익 감소를 면치 못하는 등 사업적으로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 원자재값 급등에 전분당·김치·미원·고추장 등 가격인상
대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831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64% 하락했다. 영업이익의 후퇴로 이익률은 4.4%에서 3.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순이익(822억원) 또한 43.28% 급감했다.
이익 하락 배경엔 원재료 상승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매출원가로만 3조1138억원이 빠져나갔다. 2021년 매출원가(2조5868억원)보다 20.37% 증가한 규모다. 매출 상승폭보다 원가로 지불한 비용 증가폭이 커진 데다, 판매비와 관리비(8303억원) 등 부담도 늘어나 이익이 축소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는 옥수수 원료 값 폭등 영향이 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분당 사업을 펼치는 대상이 지난해 구입한 옥수수 가격은 t(톤)당 48만329원으로 1년 전 35만4672원에서 34.5% 뛰었다. 2년 전 t당 옥수수 가격(22만6977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부담이 커졌다. 전분당은 전분을 원료로 하는 소재 사업이다.
옥수수 가격이 갑자기 폭등한 데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곡물 수출 중단 영향이 컸다. 대상은 옥수수 대부분을 중국 최대 국유곡물업체인 'COFCO'와 캐나다 곡물기업 '비테라(Viterra)'에게서 수입하는데 러시아의 식량 안보와 물가 안정 정책 이후 전 세계적 수출 제한이 발생했다.
대상은 지난해 옥수수 수입에만 3681억원을 지불했다. 2021(2615억원) 대비 40.8% 증가한 비용이다. 기존 원재료 부담의 30%대 수준이던 옥수수의 원가 비중도 42.9%까지 늘어나는 등 다른 제품보다 전분당 생산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지게 된 셈이다.
대상의 해외법인도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대표적 해외법인인 인도네시아 법인(PT DAESANG INGREDIENTS INDONESIA)도 지난해 옥수수 가격 폭등으로 원료 구입에만 1년 전 1064억원 대비 26.7% 증가한 1349억원을 지불했다. 원가 부담 등으로 해당 법인은 지난해 10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결국 대상은 지난해 t당 전분당 가격을 56만9000원에서 75만4000원으로 한번에 32.5%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전분당이 주축인 소재 사업이 대상 총매출의 32%를 차지하는 만큼, 옥수수 가격 인상은 대상의 사업 운영에 직접적인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최근 통합한 김치 브랜드 '종가' 운영도 원가 상승으로 험난했다. 대상이 지난해 구입한 배추가 kg(킬로그램)당 463원에서 578원, 절임배추는 1485원에서 1901원으로 증가하는 등 원가가 1년 새 크게 뛰었다. 특히 단위당 단가가 3배 이상 높은 절임배추의 원가 상승률은 30%에 육박했다.
실제로 대상이 지난해 배추에 지불한 원가 부담은 779억원으로 전년(481억원) 대비 무려 62.0% 가량 급등했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한 해 만에 이렇게 배추 비용 지출 증가폭이 컸던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대상은 기존 2만9500원이던 '시원깔끔포기김치(3.3㎏)' 가격을 지난해 3만4800원으로 인상했다.
전분당, 김치 외에도 대상은 지난해 국내 판매용 주요 제품들 모두 가격을 인상했다. 감칠맛미원(1kg) 2만1200→2만2000원, 한우감치미(300g) 6430→8220원, 현미찰고추장(3kg) 3만8300→4만2400원, 재래식안심생된장(2.8kg) 1만7200→1만9640원, 자연숙성조림간장(840ml) 5950→7180원, 순창쌈장(500g) 4200→4900원 등이다.
올해 넘어와서도 원료 가격은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 추세다. 지난해 말보다는 가격이 안정을 되찾았지만,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절임배추 가격은 kg당 1485원에서 1536원으로, 옥수수 가격은 t당 41만5029원에서 46만8742원으로 뛰어 원자재 가격 폭등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원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부진 여파는 가속화하고 있다. 1분기 대상의 연결기준 매출은 9896억원으로 전년 동기(9868억원) 규모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8억원에서 249억원 41.8% 급감했다. 순이익은 288억원에서 135억원으로 '반토막' 이상 축소했다.

◆ 현금흐름 악화에 신용등급 하락까지 '이중고'
원료 가격 인상 등 영향으로 대상의 재무 지표 중 재고자산이 급증한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재고자산은 매년 꾸준히 급증해왔지만 특히 지난해 증가율은 크게 두드러졌다. 2020년 3754억원의 재고자산은 2021년 5151억원으로 급등한 이후, 지난해엔 7065억원 상당으로 불어났다.
재고자산 증가와 함께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도 1년 만에 6회에서 4.4회로 떨어졌다. 회전율이 낮아지면 재고자산이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가 느려져 재무 환경에 영향을 준다. 특히 대상은 김치나 조미료 등 식재료를 다루는 만큼 재고자산 증가는 다른 기업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재고자산 중 완성품에 해당하는 상품(901억원)과 제품(1512억원) 규모는 총 2413억원으로, 전체 재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2%에 육박한다. 전년도 완성품 자산(1699억원)보다 7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완제품 비중이 높을수록 유통 사업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2021년 25억원에 불과하던 재고자산 충당금도 지난해 88억원까지 3배 이상 증가한 점 또한 눈 여겨 볼 지점이다.
이와 함께 매출채권도 증가하고 있다. 대상의 지난해 매출채권은 3745억원으로 전년(3462억원)보다 8.2% 증가했다. 2년 전인 2020년 액수 2693억원보다는 39.1% 늘어났했다. 통상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외상 거래대금을 뜻한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함께 증가하면 현금흐름이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상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해 -90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587억원, 2020년엔 1211억원 창출된 것과 비교하면 예전보다 사업 활동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특히 이런 흐름은 신용등급 하락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할 사항이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5월 대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의 원가 부담이 확대돼 수익성이 저하되고 운전자본과 설비투자부담 등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는 사유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의 연결기준 설비투자(CAPEX) 규모는 1794억원으로 2년 전 1112억원보다 61.3%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2020년 말 3340억원에서 지난해 말 7578억원까지 증가했다. 부채비율 141.2%, 차입금의존도 42.1%, 순차입금/EBITDA 2.8배로 모두 악화됐다.
대상 관계자는 "작년 원가부담이 증가했고 이를 대처하기 위해 원가절감 활동, 시장 동향 및 타사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점진적인 가격조정 또한 진행했다"며 "지난해 재고자산은 원재료 수량 증가보다는 금액부분의 상승으로 인해 증가했지만 원재료 가격 안정화, 환율 변동성 감소로 올해는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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