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대상] ⑤ '적자 늪' 대상네트웍스, 자본잠식 위기

입력 : 2023.06.20 11:06:54
제목 : [유통진단] [대상] ⑤ '적자 늪' 대상네트웍스, 자본잠식 위기
인수 4년, 줄곧 적자…홀딩스 긴급 70억 수혈, 매각 가능성도 거론

[톱데일리] 육류 도매업 대상네트웍스가 2019년 대상그룹 품에 안긴 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재무에 부담을 안기는 모양새다. 피인수 첫 해 순손실을 시작으로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개된 2020년부터는 순적자와 더불어 영업 측면에서도 내리 적자 행진이다. 특히 최근엔 그룹 내 또 다른 육류 포트폴리오 자회사들까지 등장하며 기존 입지마저 위태로워졌고, 내부에서도 대상네트웍스를 둘러싼 생존 방안 마련이 요구되는 분위기다. 자본잠식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 매출 오르는데 4년째 '적자 행진'

대상네트웍스는 대상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농축산물과 수산물 도소매 및 유통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상그룹에 육류 도매 포트폴리오를 안겨준 곳으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대상네트웍스의 사업은 주로 북미, 오세아니아, 유럽 등에서 공급한 우육, 돈육, 계육, 양육(램) 등을 유통하는 축산 영업과 자사 친환경 브랜드 '자연방목'을 포함해 '앵커(Anchor)', '메인랜드(Mainland)', '폰테라(Fonterra)' 등 해외 유기농 제품 등 글로벌 브랜드 판매로 나뉜다.

대상네트웍스는 최근 육류 확장 노선을 취한 대상그룹의 핵심 부문이라 할 수 있지만, 내리 적자 행보로 대상홀딩스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최근 3년간 매출은 303억원에서 696억원, 1025억원으로 크게 뛰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9억원, 10억원, 46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계열사 대상과 마찬가지로 원자재 가격 부담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963억원으로 전년(610억원)보다 57.8% 증가했고, 매출총이익은 86억원에서 6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매출 액수는 커졌지만 원가 상승이 반영된 구조이기에 적자 운영 자체엔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가를 제외하면 판매관리비는 오히려 재 무에 큰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8억원 상당의 판매관리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급여(31억원)와 지급수수료(29억원) 등이다. 두 항목 다 1년 전보다 비용이 증가했지만, 연간 판매관리비가 13.8% 증가한 걸 감안하면 예상 가능한 범위다.

대상홀딩스 관계자는 "작년에 육류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환율까지 겹쳐서 오르는 바람에 적자가 이어졌다"며 "올해는 원자재 값이 다시 안정세에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고 환율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본잠식 '눈앞'…야심작 '고기나우' 주춤

영업 부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회사의 실질적 이윤 창출과 반대되는 지표인 순손실의 확대다. 대상네트웍스의 지난해 순손실은 68억원으로 전년 18억원보다도 4배 가량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1년 새 크게 늘고 외환차손이 21억원 발생하면서 영업외비용으로 32억원이 빠져나갔다.

지속적인 적자로 결손금은 이미 146억원에 이르며 매년 불어나는 추세다. 전년도 결손금 78억원 규모보다도 2배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대상홀딩스가 급하게 투입한 7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완전자본잠식 사태에 놓일 뻔 했다. 올해 1분기도 순손실을 입고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44억원)보다 더 줄어든 27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대상네트웍스는 직접적으로 대상홀딩스 재무에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대상홀딩스가 출자한 18개 기업들 중 가장 큰 순손실을 낸 기업으로 확인됐다. 대상네트웍스의 장부금액은 회수가능금액을 초과해 대상홀딩스에 34억원의 손상처리 부담을 안겼다.

대상네트웍스는 해가 갈수록 사업에서의 자금 확보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마이너스(-) 1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현금흐름이 2020년 -41억원, 2021년 -81억원을 거치며 매년 불어났던 유출 증가폭을 감안하면, 올해는 영업활동에서 -150~200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사업 성적이 좋지 못해 보유 현금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상네트웍스는 현금성자산 47억원을 갖고 있었다. 대상홀딩스에 인수된 직후 78억원의 현금이 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당장 연내 만기되는 단기차입금 부담만 193억원에 달한다.

대상네트웍스가 2021년 야심차게 출시한 온·오프라인 연계(O2O) 앱 '고기나우' 활동도 예상보다 주춤하다. 고기나우는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지금까지 5만건도 다운로드 되지 않았고, 앱스토어에선 20일 기준 '음식 및 음료' 순위 179위로 순위권에서 크게 밀려나 있다. 접속과 주문, 위치 확인 등 오류로 인한 고객 불만 도 끊이지 않는다.

◆ 신규 육류 자회사 힘주는 대상, 매각 수순 밟나


대상네트웍스가 적자 탈출 등 재무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어 일각에선 대상그룹이 매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상홀딩스는 지난해 신선식품 포트폴리오 초록마을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매각했고, 그 보다 앞선 2021년엔 광고대행 상암커뮤니케이션즈, 2019년 편의점 한국미니스톱 등을 정리했다.

기존 '청정원', '순창고추장', '미원' 등 식재료 위주의 판매를 해오던 대상으로선 대상네트웍스의 육류 사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에도 사업적 한계가 있다. 지난해 대상네트웍스는 대상홀딩스, 대상, 대상푸드플러스 등 그룹사에게서 총매출의 20.1% 수준에 해당하는 206억원을 내부거래 지원받았다.

게다가 대상그룹이 최근 육류 부문을 본격 강화하면서 대상네트웍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대상그룹은 2021년 265억원을 출자해 그룹 내 육가공 사업부를 분할, '대상델리하임'을 설립했다. 수입육 가공·판매 업체인 '혜성프로비젼'과 '크리스탈팜스' 지분 70%를 각각 총 875억원에 인수한 후 지난해 합병 출범하기도 했다.

대상그룹의 육류 전략은 최근 1분기 흑자 전환한 혜성프로비젼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대상그룹은 혜성프로비전을 통해 지난 7일 냉장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 '미트프로젝트'의 공식 쇼핑몰을 론칭 했다. 원육의 소싱부터 도매, 가공, 소매 등의 유통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다.

대상홀딩스 관계자는 "고기나우 앱은 출시 2년이 되지 않아 서비스를 계속 확장하는 단계로 기존 취급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현재 대상네트웍스에 대한 매각 계획은 없고 자금 조달도 당장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맞게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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