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영원무역] ③ 절반의 경업금지 해제…성래은만 '방긋'

입력 : 2023.07.10 08:30:08
제목 : [유통진단] [영원무역] ③ 절반의 경업금지 해제…성래은만 '방긋'
노스페이스 판권사 최대주주 지위 활용…브랜드 다각화 멀어진 동생 성가은

[톱데일리]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브랜드로 우뚝 선 영원무역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아웃도어 자체사업 경업(競業) 가능 조건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경영업금지 해제가 실질적 브랜드 판권을 지닌 영원아웃도어가 아닌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에 적용되면서, 현 상황에선 영원아웃도어를 이끄는 성가은 부사장보다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이 수혜자로 등극할 전망이다.

◆ 영원아웃도어 설립 25년 만 경업금지 해제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말 노스페이스 판권을 보유한 일본 관계사 골드윈(GOLDWIN Inc.)과 라이선스 계약을 갱신했다.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만료되는 노스페이스 상표에 대한 라이선스 기간을 7년 연장해 오는 2029년 12월까지 브랜드 판매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원무역그룹은 골드윈과 이례적으로 기존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면서 유지했던 경업금지 조항을 수정하고, 국내에서 노스페이스 외 다른 브랜드로 경쟁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다시 말해 골드윈은 국내에 진출할 수 있고, 영원무역그룹은 노스페이스 이외의 브랜드를 확장할 길이 열렸다. 영원무역그룹이 골드윈과 합작해 1992년 영원아웃도어를 설립한 지 25년 만에 경업금지가 해제된 것이다.

영원무역그룹은 미국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아시아영업 총괄라이선스를 보유한 골드윈과 1997년 첫 상표권 계약을 맺고 노스페이스를 한국에 들여왔고, 지난해까지 경영 활동이 금지됐다. 2002년과 2012년 재계약 당시에도 해당 조건은 그대로 유지돼왔다.

'경업금지(Prohibition of Competitive Transaction)'는 통상 독점판매점계약이나 독점판매대리점계약에 있어서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계약품과 동종 또는 유사한 성질을 가진 경합품을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판권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자사 제품의 판매에 전념해 줄 것을 요구하며 해당 조항을 삽입하곤 한다.

◆ 수혜는 골드윈 최대주주 영원무역홀딩스 차지


표면적으로 그간 노스페이스 외 다른 브랜드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영원아웃도어가 수혜를 입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영원무역홀딩스에 유리한 조건 변화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계약 조건상 영원무역홀딩스와 골드윈간 경업금지 관련 조항이 영원아웃도어에게 적용돼 왔다.

경업금지 해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약상 변화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난해 12월 공시한 기타경영사항에서 확인된다. 영원무역홀딩스는 골드윈 사이에 체결돼 있는 영원아웃도어에 대한 주주간 계약 중 '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는 한 영원아웃도어와 골드윈 사이의 라이선스 계약도 유효하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삭제된 규정을 풀어보면 지금까지는 영원무역홀딩스와 골드윈 사이 계약이 유지되는 조건에서 영원아웃도어와 골드윈의 노스페이스 라이선스 계약이 유효한 방식이었다. 이번 재계약부터 영원무역홀딩스가 영원아웃도어와 노스페이스 관련 라이선스를 분리하고 골드윈과의 계약에서 일부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노스페이스 사업의 경업금지 조항에 대해 상대방에게 1년 전에 미리 통지하면 국내에서 경쟁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골드윈과의 계약 변경으로 영원아웃도어가 아닌 영원무역홀딩스가 본격적으로 노스페이스 외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경업금지 해제가 2012년 영원무역그룹이 일본 상장사 골드윈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처음 외부에 드러난 계약 변화라는 것이다. 영원무역그룹은 3월 말 기준, 골드윈의 지분 11.56%(영원무역 8.66%, 영원무역홀딩스 2.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런 배경 탓에 노스페이스 경업금지 해제를 두고 그룹 차원에서 성래은 부회장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원아웃도어는 경업금지 조항이 그대로 남아 브랜드 다각화가 어렵게 됐다. 의류 제조나 상품 B2C 판매에 최적화된 영원아웃도어에겐 다소 불리한 조건이란 분석이다. 현재 영원아웃도어는 스키복 골드윈과 노스페이스 등 브랜드만 운영하고 있다.

◆ 승계구도 성래은 Vs. 성가은, 엇갈린 희비

일단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성 부회장에겐 직접 패션 사업을 펼칠 기회가 주어졌다.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해 의류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영원아웃도어와 같은 신규 기업을 만들어 노스페이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외 업체로부터 라이선스를 가져와 새 브랜드를 운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영원무역홀딩스는 자회사들로부터 들어오는 배당금 등이 주 수입원으로 자체 사업 없는 순수 지주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5339억원, 영업이 익 1조22억원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낸 기업이지만, 지주사 특성상 별도기준으로 보면 600억원대에 불과한 규모다.

특히 지난해 별도 매출 664억원도 영원아웃도어으로부터 317억원, 영원무역에게 224억원, 일본 골드윈 12억원 등 배당금 수익(553억원)이 매출의 대부분이다. 원가 지출 등 부담이 될 만한 영업비용도 크지 않은 데다 직원 급여(61억원) 등이 판매관리비의 절반 이상이기에 영업이익은 549억원을 남겼다.

이번 기회는 성래은 부회장이 차기 그룹 후계자에 가깝다는 점에서 브랜드 다각화에 대한 실험대이기도 하다. 물론 올해 본격적으로 경업금지가 풀렸기에 앞으로 실질적인 브랜드 확장 움직임을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들어 성 부회장이 벤처캐피탈 'YOH CVC' 설립 등 신규 사업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영원무역그룹은 아직까진 영원아웃도어를 제외하면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아디다스 등 브랜드 주문자위탁생산(OEM)에 국한된 의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종합 패션 의류 브랜드 업체로 거듭나기엔 한계가 있었다. 성 부회장이 앞으로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제2의 노스페이스 발굴 등 역량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얘기다.

영원아웃도어의 국내사업을 책임지는 성가은 부사장 입장에서 보면 언니 성래은 부회장과 달리 재계약 이후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이 역시 영원무역그룹의 승계 방향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영원무역홀딩스 주주 명단엔 성기학 회장(16.77%)을 제외하고 3명의 자녀 중 유일하게 성래은 부회장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영원무역그룹 관계자는 "영원무역홀딩스는 일본 골드윈사와의 경업금지 조항이 해제돼 신규 브랜드 확대가 가능해졌으나 브랜드 다각화와 관련해 현재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영원아웃도어는 라이선스 계약서를 준수하고, 그 범위 내에서 사업을 영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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