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3주년] ③ 미완의 지배구조…실탄 확보 사활
입력 : 2023.10.19 13:57:09
제목 : [정의선 회장 취임 3주년] ③ 미완의 지배구조…실탄 확보 사활
0.32%의 빈약한 지배력, 사업구조 재편 속 활로 모색
연이은 주주친화책 발표…정의선 회장 현금 확보 위한 우호적 환경 조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3주년(10월14일)을 맞았다. 고가차 중심의 믹스개선을 중심으로 한 판매 개선과 우호적인 환율(원화 약세) 등에 힘입어 연거푸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전동화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과 밀접한 소프트웨어 부문 강화를 비롯해 신시장 발굴에 적극적이다. 다만 과제 역시 적지 않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전기차 관련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요 위축과 가격경쟁력 등의 차원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셈법이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의 부진과 매각 이슈 그리고 숙원인 지배구조 개편 관련 이슈도 상존한다. 톱데일리는 그룹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의 성과와 주요 과제를 짚어 본다.
[톱데일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궁극적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과거 한 차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좌절을 맛본 이후 사업구조의 재정비 속 주력 계열사의 가치 상승에 주력하며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정 회장이 지분을 다수 보유한 계열사의 가치 상승과 더불어 실탄 확보가 필수인 만큼 배당 확대 정책도 펼치며 유동성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 공고하지 못한 지배력…사업 재편과 명분 쌓기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은 아직 공고하지 못하다.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은 0.32%(30만3759주)에 불과하다. 미완의 체계란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끊지 못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그룹의 시너지 창출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 회장의 지배력 보완이 자리한다.
그룹은 지난 2018년 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실패한 이후 한층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시 합병비율 등을 놓고 주주가치 훼손 등의 비판에 직면했던 만큼, 재차 추진되는 구조 개편 작업에서 그 시선이 정의선 회장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점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점이 근시일 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문제, 주력 계열사들의 분할·합병, 정 회장이 지분을 다수 보유한 계열사들의 사업역량 강화, 친기업 성향의 현 정부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그룹의 경영성과는 물론 명분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감안한 듯 그는 일찌감치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5대 신사업)에 로보틱스(로봇과 기술의 합성어)를 지정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한 사업재편을 추진했다.
로봇 분야는 정 회장 입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사재 약 2600억원을 들여 지난 2020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물류, 건설 분야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역량을 접목할 계획이다. 로봇 부품 제조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 구축까지 로봇공학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출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글로벌 판매·서비스 및 제품군 확장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막대한 자금을 출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 이다. 비상장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상장은 정 회장에게 적지 않은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다.
정 회장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활용 여부는 2~3년 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인수계약 시 계약 종료일(2021년 6월)로부터 4년 이내에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상장해 소프트뱅크가 잔여 지분 20%를 매각할 수 있는 기회(풋옵션)를 제공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해당 기간 안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정 회장 등 인수주체가 소프트뱅크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의선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소프트웨어(SW)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축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지난 2021년 4월 내비게이션 개발·정밀 지도 구축 계열사 현대엠엔소프트,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사 현대오트론과 합병을 진행해 그룹 차원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전담하게 했다.
현대오토에버는 합병 이후 사업부문이 ▲차량 소프트웨어 표준 수립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인프라 통합 ▲모빌리티 데이터 통합 운영 ▲소프트웨어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구축 등으로 확대됐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오토에버의 지난해 매출은 약 2조7545억원(이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대비 3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24억원으로 48.1% 늘었다. 순이익은 1162억원으로 62.8% 증가했다. 합병 전(2020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4% 늘었다. 올해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매출은 약 1조41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33억원으로 63.0% 늘었다. 반기순이익은 708억원으로 76.8% 뛰었다.
현대오토에버는 궁극적으로 차량SW 플랫폼 확대 속 통합 개발환경 플랫폼 구축, 클라우드 기반 차량 연동 서비스를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하는 한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을 아우르는 미래 IT 비즈니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부분은 단순 자동차 제조업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는 정 회장의 미래 전략과 깊게 결부되는 부분이다.
◆ 주주친화책 전면에…배당 확대 속 정의선 회장 곳간도 '두둑'
현대차그룹은 연거푸 주주친화정책도 실시했다. 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오른 지난 2020년 10월 이후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열사들의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주주들과 계열사별 한해 성과에 대한 공 유 범위를 확대한다는 게 큰 틀이지만, 이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금 확보의 중요성이 큰 정 회장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력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들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계획도 손봤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현대글로비스가 그 선봉장에 섰다. 현대글로비스는 3년간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5~50% 확대하는 중장기 배당안을 마련했다. 2022년 결산 배당의 경우 주당 5700원(이하 보통주 기준)의 배당에 나섰다. 이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2022년 연간 배당금(중간배당 1000원 포함)을 역대 최대인 1주당 7000원으로 발표했고, 기아는 주당 3500원, 현대모비스는 4000원(분기배당 1000원 포함), 현대오토에버는 1140원의 현금배당에 나섰다. 현대모비스를 제외하고 모두 예년 대비 현금배당 규모가 확대했다.
자연스레 정의선 회장이 수령할 배당금 규모도 확대됐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5개사로부터 정 회장이 수령한 2022년 결산 배당 규모는 약 1102억원이다.
톱데일리
권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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