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s Law] [기업법칼럼] "아내 해임"… 자녀 의결권이 가른 가족회사 소송전
입력 : 2023.12.26 09:50:25
제목 : [Top's Law] [기업법칼럼] "아내 해임"… 자녀 의결권이 가른 가족회사 소송전
사내이사직에서 아내 해임하고 싶은 남편 Vs. 자녀 표 등에 업은 아내 간 표 대결
남편, "미성년자 자녀 법정대리인으로서 출석하지 않겠다" 내용증명 보내
자녀 표 의결정족수에서 제외되면서 결과 뒤집혀[톱데일리] 중소 규모의 회사는 법인 지분 대부분을 가족이 보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기에 창업주는 가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하곤 한다. 최근엔 상속세 절감을 위해 자녀가 미성년일 때 회사 지분이나 자본금을 증여하는 일도 빈번하다. 하지만 가족회사라고 분쟁이 없을 리 없다. 이 경우 가족 간 불화가 회사 주주총회 분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가족 간의 의결권 다툼, 특히 미성년 자녀의 의결권 행사가 쟁점이 된 사건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이 사건 피고 회사는 가족이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 대표이사이자 남편이 지분 55%를, 사내이사직을 맡은 아내가 지분 30%를 각각 나눠 가졌다. 이들의 자녀 A, B, C가 나머지 지분을 5%씩 보유했다. A는 성년이며 B와 C는 미성년이었다.
분쟁은 남편이 아내를 사내이사직에서 해임하기로 하면서 발생했다. 아내는 이에 반발했고 결국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졌다. 미성년 자녀 B와 C는 엄마 편에 섰다. B와 C의 의결권을 위임 받은 변호사가 주주총회에 참석해 엄마 쪽에 표를 보탰다. 반면 자녀 A는 아빠에게 의결권을 위임했다. 남편 쪽이 전체 중 6할의 의결권을, 아내 쪽은 4할의 의결권을 확보한 셈이다.
회사법상 이사 해임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수(특별결의)로써 해야 한다. 남편이 보유한 지분이 과반을 초과하므로, 발행주식 총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사안에서 해임안 결의의 난관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이 사건 주주, 즉 가족이 전부 주주총회에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이사 해임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출석 주주 66.7%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내와 자녀 B, C의 합산 지분이 40%에 달해 산술적으로 해임안 통과가 어려웠다.
당시 대표이사이자 주주총회 의장이었던 남편은, 공동 친권자인 본인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녀들의 위임장은 효력이 없다며 D와 E의 출석 및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분 10%에 해당하는 의결권 행사 및 주주총회 출석을 무위로 만들었다. 그 결과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 2의 찬성으로 이사 해임안이 가결됐다.
아내는 법원에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은 1심에서는 기각됐으나, 2심(항고심) 법원에서 결의의 효력이 본안 사건 확정시까지 정지됐다. 주주총회 당시에 법정대리인 부모가 모두 출석한 이상 명시적으로 '법정대리인으로서는 불출석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부모들이 법정대리인의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출석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 '출석하였는지'는 단순 사실행위일 뿐이라서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공동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면 미성년자들의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남편은 아내를 해임하기 위한 2차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또한 남편은 회사에 '미성년자 D, E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출석하지 않을 것이고 미성년자 주주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윽고 열린 주주총회에 자녀 B와 C는 직접 참석해 엄마의 편을 들었으나, 이번에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발행주식 총수 중 90%가 출석해서 60%가 찬성했다며 아내의 이사 해임안이 또다시 가결됐다.
본안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차 주주총회에 대해선 아내의 이사 해임 결의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차 주주총회에서 다뤄진 해임 결의는 의결정족수가 충족돼 적법하다고 봤다.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던 1차 주주총회와는 달리 2차 주주총회에선 남편이 사전에 법정대리인으로서 출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히면서, 자녀 B와 C의 법정대리인 중 1명인 아내만 출석한 것이므로 적법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었고, 따라서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미성년 자녀들의 출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미성년 주주의 의결권은 민법 제909조 제2항에 따라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들이 공동으로 그에 동의해야 한다. 만일 부모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909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가정법원에서 정해야 한다. 주주총회는 출석 의결권 수에 따라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 만일 본인과 자녀 모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법정대리인으로서는 출석하지 않고자 한다면 미리 이러한 의사를 회사에 알렸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톱데일리
고한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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