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배당잔치] KB금융, 실적 부진 자회사도 줄줄이 '고배당'

입력 : 2023.02.17 09:05:03
제목 : [금융지주 배당잔치] KB금융, 실적 부진 자회사도 줄줄이 '고배당'
계열사 5곳 배당성향 96%…증권은 '마이너스 배당'

[톱데일리] KB금융그룹이 지난해 배당을 포함해 주주환원율을 33%로 결정했다. 현금배당성향 26%에 자사주 매입·소각 7%를 더한 수치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당분간 은행 실적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수적인 주주환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익 4조 4133억원(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을 거두며 이전 최대였던 지난 2021년 순이익(4조4095억원) 보다 0.1% 가량 늘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율도 높였다.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주당 2950원으로 배당성향은 전년도와 같은 26%로 결정됐다. 여기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하면서 총 주주환원율은 33%로 전년 대비 7%p(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KB금융 계열사들이다. KB금융이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KB국민은행 덕이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9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자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하게 나타나며 KB금융의 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2021년 58.8%에서 1년 사이 67.9%로 9.1%p(포인트) 높아졌다.

실제로 KB금융에 대한 비은행 실적 기여도는 올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B손해보험의 경우 부동산 매각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돼 전년 대비 84.8% 증가한 55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KB증권과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각각 2063억원, 3786억원으로 전년 대비 65.3%, 9.6% 줄어들었다. 푸르덴셜생명과 KB자산운용 또한 순이익이 각각 25.6%, 25.8% 감소했고, KB생명보험 순손실은 466억원에서 640억원으로 오히려 적자가 늘어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의 고배당 기조에 맞춰 자회사들도 고배당에 나섰다. KB금융 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KB국민은행의 경우 1주당 3330원, 총 1조3466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단순히 연간 순이익으로 나눠보면 44.9%의 배당성향이 나온다.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이 45.78%란 점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자본적정성을 고려하면 배당총액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자본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CET1)비율은 각각 17.56%, 14.6%로 각각 집계됐다.

먼저 BIS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로 BIS는 8%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 이를 한참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2021년 17.47%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분기 17.70% → 2분기 17.43% → 3분기 16.83% → 4분기 17.56% 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CET1비율은 조금 다르다. CET1비율도 위험자산에 대한 보통주 자본 비율을 말하는데, 금융감독원의 권고치는 9.5%다. 국민은행의 경우 2021년 말 14.70%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분기 14.97%→ 2분기 14.49%→ 3분기 13.96%로 지속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CET1비율에서 보통주 자본은 보통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으로 구성돼 유상증자와 당기순이익 증대로만 끌어올릴 수 있는 지표다. 다시 말해 국민은행의 CET1비율이 4분기 14.6%로 높아졌지만 배당금을 결정짓는 '이익잉여금'이 줄어들면 CET1비율도 줄어들 수밖에 없 다는 얘기다.

은행과 같이 호실적을 기록한 KB손해보험의 경우 2017년 연간 결산배당(499억원, 배당성향 13.8%) 이후 5년 만에 배당에 나섰다. 1주당 5263원, 총 350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결정했다. 순이익(5815억원)을 고려하면 배당성향은 60.2%다. 하지만 올해부터 새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과 더불어 시장금리 상승으로 자본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실시한 배당이다. 보험사의 가장 중요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배당 전 183.1%에서 170.1%로 내려갔다. RBC비율은 보험업법상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순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KB금융에 대한 순이익 기여도는 2021년 13%대에서 지난해 4%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KB증권은 배당을 줄이지 않았다. 지난해 1주당 669원의 중간배당에 이어 1주당 669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지난해 총 배당금은 4000억원이다.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았던 2021년에는 중간배당(1주당 234원, 총 700억원)을 포함해 총 2700억원을 배당했다. 물론 배당금은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지만, 지난해 KB증권의 순이익(2063억원)을 고려한 배당성향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KB국민카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B국민카드도 순이익은 1년 사이 거의 10%가 줄어들었지만 배당액은 전년(2500억원)보다 1000억원(40%) 늘어난 3500억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92%를 배당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카드사는 배당성향에 따라 성장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금융당국 규정에 따라 자기자본의 8배까지만 자산을 쌓을 수 있다. 만약 순이익의 30% 이상 배당한 경우에는 7배로 제한된다. 이를 '레버리지비율'이라고 한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자본(4조7228억원)과 자산(29조7210억원)을 고려해 단순 계산 시 레버리지비율은 6.3배 가량이다. 자본의 구성요소인 이익잉여금에서 지난해 배당금 3500억원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레버리지비율은 6.8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자산 증식'이 곧 성장으로 읽히는 카드사에서 성장에 제한이 생긴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금융지주와 은행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일례로 보험사는 자본건전성을 위해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지는데, 투심이 약해진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크게 오르면 지주사에 대한 유상증자 필요성이 증대된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로 레버리지비율 관리를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해지면 지주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yoo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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