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우린 정말 못타나”…-8% 수익률·고갈 논란에 2030 ‘시끌’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입력 : 2023.03.12 07:34:16 I 수정 : 2023.03.12 08:51:10
[사진 이미지 = 연합뉴스]
“국민연금 80조원이나 날렸다니, 말이되나” “25년만에 보험료 최대로 많이 오른다구요?” “매월 18만원 내고도 연금 한 푼 못 받을 수 있다니 걱정스럽다.” “90년대생인 우리가 봉이냐.” “지금 MZ세대가 국민연금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줄 모르겠다.”

국민연금이 역대 가장 낮은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고, 연금고갈 시점도 점점 빨라지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022년 한 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9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년간 손실금은 79조6000억원이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공단은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대체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통해 손실 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익률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0.18%로 사상 첫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10년 만인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수익률이 다시 마이너스(-0.92%)로 떨어진 바 있다. 이번이 역대 세번째 마이너스 수익률로, 손실폭은 가장 크다.

수익률을 자산별로 보면 국내주식 -22.76%, 해외주식 -12.34%,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 대체투자 8.94%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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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지만, 지난해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여줬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해외시장에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국내에선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올해는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국민연금기금 수익률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 개혁 과제”라면서 “제도적 차원의 개혁과 함께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도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을 포함해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1500조원 추산 국민연금 부채 공식 계산도 안한다(?)
5차 재정계산을 토대로 국민연금 개혁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던 국민연금의 ‘미적립 부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적연금을 받는 사람이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에 지급할 연금 추정액과 현재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의 불입 기간에 대해 법적으로 지급할 연금 추정액을 합쳐서 현재 시점에서 미리 계산한 것이 연금 충당부채다. 미적립 부채는 이런 연금 충당부채에서 적립기금을 뺀 금액이다. 이는 당장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볼 순 없으나 연금 지급액이 부족하면 후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를 내서 메꿔야 하는 만큼 잠재부채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충당부채는 아예 공식적으로 계산조차 되지 않은 채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통해 대략적인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계산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충당부채는 2021년 현재 약 2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서 2021년 현재 국민연금 곳간에 쌓여있는 적립금 950조원을 차감하면 미적립 부채는 1550조원이 된다. 이는 후세대가 보험료나 세금 등으로 부담해야 할 빚인 셈이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산하의 재정추계전문위원회와 국민연금 충당부채와 관련해 합동회의를 열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30세대, 우린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나요?
국민연금은 초기에는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면 만 62세부터 연금을 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수급 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돼 지금의 젊은 세대는 만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보험료는 월소득의 9%로, 직장가입자라면 회사와 반반(각 4.5%) 납입하고, 소득대체율은 40%로 맞춰져 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 소득대비 노후 국민연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문제는 덜 내고 더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금 고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은 현재 920조원까지 쌓인 적립금이 2040년께 100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가 이후 빠르게 소진돼 오는 2055년께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면서 “만일 국민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보험료율 급등으로 미래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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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쌓아놓은 기금이 없어지면 정말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되는 걸까.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법 제3조의2에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면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해 놓고 있는데 이 조항에 따라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반드시 지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금 지급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기금소진의 가장 큰 이유인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정부가 연금개혁을 방기하면 어떻게 될까.

기금고갈 시 연금은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적립방식이 과거에 낸 돈을 모아 해당연도의 연금을 지급하는 식이라면 부과방식은 그해 낸 돈으로 그해 연금지출을 하는 형태다. 독일, 스웨덴 등 서구국가도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적립방식’으로 운영했지만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와 급속한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부과방식’으로 변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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