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전’ 카카오 판정승…하이브는 왜 손 털었나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입력 : 2023.03.13 10:09:12
입력 : 2023.03.13 10:09:12
![](https://wimg.mk.co.kr/news/cms/202303/13/news-p.v1.20230313.25f7426d03ec457fb0695c2f6c235562_P1.jpg)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대한 인수 절차를 전격 중단했다. 하이브의 인수에 대해 ‘적대적 M&A’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SM은 하이브가 스스로 ‘손절’함에 따라 자율적, 독립적 운영권을 보장받은 가운데 카카오와 손 잡고 K팝의 중심축으로서 재도약에 나선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SM 인수 절차를 3월 12일부로 중단한다”며 “하이브는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한 달간 펼쳐진 하이브의 SM 인수전, 혹은 SM의 하이브 결사반대 행동은 표면적으로 SM-카카오 연대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지난 10일 전격 회동을 갖고 내린, 각자 자사에 최대한 합리적인 결론이고, 하이브와 카카오 사이 플랫폼 협력의 길을 열어두긴 했으나 결과적으론 모두에게 상처 뿐인 영광이 됐다. 각 사는 저마다의 내홍을 딛고 재정비해 만전을 기해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하이브, 명분도 실리도 못 챙긴 SM 인수전…이수만 주식 처분 시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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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지난달 10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며 SM 1대 주주로 올라서 업계 파장을 일으켰다. 위기의 K팝을 구해내겠다는 방시혁의 원대한 캐치프라이즈에도 불구, ‘K팝 구 왕조’ SM이 ‘현 왕조’ 하이브로 넘어가는 모양새가 되며 SM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셌고 K팝 팬덤은 술렁였다.
이수만과 하이브가 손잡기 전 일찌감치 카카오와의 동행을 선언했던 SM 현 경영진은 하이브의 SM 인수를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며 하이브의 SM 인수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창립자지만 과욕으로 정작 SM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이수만을 맹비난했다.
하이브는 SM과 여론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SM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하이브의 이수만 지분 인수 이후 SM 주가가 대폭 상승하며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고, 이를 틈타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SM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하자 주가가 또 15만원선에 형성되는 등 SM 인수전은 사실상 ‘쩐의 전쟁’ 양상이 됐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SM 인수전은 ‘치킨게임’, ‘승자의 저주’ 등의 용어로 소개될 정도로 양사 모두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가 기존 자사 주주 이익 실현 및 자사 주가 방어를 우선순위로 두게 되며 리스크를 먼저 털고 SM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함으로써 결국 총성 없는 전쟁에 마침표가 찍혔다.
하이브의 이번 결정 배경엔 기존 하이브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SM 인수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하이브 주가는 하향세를 거듭했다. 반면 천정부지로 솟구치던 SM 주가와 골든크로스 하는 게 아니냐는 웃지 못할 전망까지 나왔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SM 인수를 통해 위기에 놓인 K팝을 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철저히 주가에만 반응하는 개미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공개매수가보다 실제 SM 주가가 높게 형성되면서 공개매수에 참패했고, 여기에 카카오가 SM 인수전에 워낙 전투적인 자세로 임하며 공개매수에 승기를 보이자 결국 하이브도 막대한 출혈과 리스크를 감수하고 SM을 인수하는 데서 얻는 실익이 사실상 없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이브로서는 4000억 대의 자금을 들여 이수만 지분을 매입해 현 시점까지도 SM 1대 주주지만, SM 인수 절차 중단을 공식화한 만큼 SM 경영권에선 완전히 손을 털 전망이다. 하이브가 사들인 이수만 지분은 4228억원으로, 현재 이수만과 약 1840억원 수준의 계약 이행사항이 남아있다.
특히 하이브는 공개매수 과정에서 추가로 SM 지분을 취득해 현재 SM 주식 375만7237주(15.7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기 위해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할 지 주목된다. 현재 카카오는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어 그나마 이 절차를 택하는 게 하이브 입장에선 이익이 된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관계자는 “보유한 SM 주식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공개매수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카카오, SM과 사업협력 박차…공개매수도 예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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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SM 인수전에서 파격적 공개매수로 직진을 택한 카카오는 표면적으로 잃은 게 없는, 게임의 승자가 됐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며 “하이브, SM과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26일까지 예정된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하이브와 SM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의기양양한 기세는 공식입장문에서 고스란히 읽힌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기 위해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며 “SM의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IT기술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K컬처 산업이 또 하나의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기존 밝혀왔던 SM과의 동행 계획을 강조했다.
카카오의 SM 인수전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지난 과정에서 카카오의 금융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던 하이브와의 난타 및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금융당국을 의식한 입장도 덧붙였다. 카카오는 “지분 인수 과정에서 각 사의 주주와 임직원, 아티스트, 팬은 물론 K컬처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걱정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경쟁하는 과정에 대한 국민들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떠나보낸 SM, 내홍 딛고 ‘넥스트 레벨’ 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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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 이수만 파와 반(反) 이수만 파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이수만의 ‘해외판 라이크기획’ 폭로 등의 책임이 수면 위로 떠올라 당장 치유해야 할 내홍이 상당한 SM은 하이브의 ‘철군’에 환영 의사를 보였다.
SM은 “카카오와 하이브간 합의에 따른 ‘하이브의 SM 경영권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SM은 주주와 구성원, 팬과 아티스트에게 약속 드린 SM 3.0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팬,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이라는 미래 비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이를 통해 모든 주주들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계속해서 “다가오는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출범할 ‘SM3.0 이사회’는 최적의 수평적, 전략적 파트너인 카카오와 함께 세계 최고의 ‘IP X IT 시너지’를 창출하고 K-POP 산업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이브의 SM 인수 절차 중단 선언 다음날인 13일 오전 하이브와 카카오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SM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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