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토속신앙 열풍, 무속인 20년새 4배로”…‘건강한 무당 판별법’ 제시한 안상경 전 충북대 교수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5.01.28 17:54:36
2030 젊은 세대 무속 관심 늘며
무속인 규모도 20년새 4배 증가
유튜브·전화점사 채널 다변화에
오남용 막으로 가이드라인 마련
“꾸준한 수련과 정진으로 의뢰인
불안심리 대해야 바람직한 무당”


안상경 전 충북대 교수가 건강하게 무속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준 다섯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한국 사회가 무속에 빠졌다. 새해가 밝으면 많은 사람들이 운세를 보러 점집을 찾고, 전화와 유튜브로 역술인 상담을 받는다. 무속 산업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9391개, 종사자는 1만194명으로 집계됐다. 2년 전에 비해 5% 증가했다. 국내 무속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대한경신연합회와 역술인연합회 가입자 수도 약 80만명으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약 4배 늘었다.

역술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변화상도 감지됐다. 기존의 기복(祈福)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출산과 건강, 재물 같은 요소가 지금은 연애와 관계로 치환됐다는 것이다. 안상경 전 충북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내담자들의 질문 내용을 보면 90%가 연애고 그 다음이 취업”이라며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한국 사회, 특히 젊은 층에게 우울과 불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화신점 중개 플랫폼 ‘神-세계: 신점의명인들’를 연 안 전 교수는 구비 고전문학을 전공하며 한국의 무속신앙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다. 저서로는 앉은굿의 역사성과 현장성을 연구한 ‘앉은굿 무경’이 있다. 앉은굿은 북과 꽹과리를 두드리고 무경을 구송하며 진행하는 무속의례를 말한다. 또 무경은 무당이나 박수가 사람의 액을 쫓거나 병을 낫게 할 목적으로 외는 기도문과 주문을 의미한다.

안 전 교수는 굿을 비롯한 각종 무속의식이 유튜브나 전화점사 형태로 오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식의 절차를 준수하기는커녕 전혀 다른 목적의 기도문이나 주문을 외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령 출산을 기원할 때 악귀를 내쫓는 주문을 외우는 것과 같은 행태”라며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엉터리 내림굿을 해 ‘이제부터 무당이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부터 전국을 오가며 400여명의 역술인들을 만나며 무당을 평가하는 기준 다섯 가지를 세운 까닭이다. 안 전 교수는 “문제 해결력과 공감·포용력, 메시지 전달력, 기도와 정진, 무당으로서의 내력이 다섯 가지에 해당한다”며 “학술적 관점에서 의식의 정합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물론 기존의 고등종교가 수행했던 역할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이들 덕목은 내용과 형식이 일치한 의식을 치르는 전제 조건이다. 문제 해결력은 ‘영험함’과 유사한 개념으로, 누군가의 고민을 즉각적·가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해당한다. 공감·포용력은 무속이 신앙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기도와 정진 또한 같은 맥락이다. 무당이 성직자의 한 종류로서 역할하려면 꾸준한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전 교수는 “한국의 불교를 보더라도 정진과 수행은 성직자의 기본 덕목”이라며 “무당이 ‘신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끊임 없이 연구하고 정진해야 적절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둘러싼 무속 논란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했다. 안 전 교수는 “민속학 연구자들은 과거 신정일치 사회가 그렇듯 굿과 정치가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다고 본다”며 “유교가 들어왔던 조선시대 또한 나라굿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논란은 무속과 무당의 개념으로 말하기 부적합하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속에 대한 합리적 접근은 필수”라고 선을 그었다.

무속 문화가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자체가 건강해져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안 전 교수는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삶이 편리해지더라도 인간 본연의 고독과 불안이 존재하는 한 무속과 종교는 지속될 것”이라며 “수용자가 이를 맹신하지 않고 위로와 공감을 얻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실용성을 갖출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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