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승계 경영] [아모레퍼시픽] ① 험난한 '서민정 체제' 구축
입력 : 2023.03.16 15:04:25
제목 : [유통家 승계 경영] [아모레퍼시픽] ① 험난한 '서민정 체제' 구축
작년 10월 에스쁘아·에뛰드 지분 처분…실적 부진 여파 [톱데일리] 아모레퍼시픽의 3세 승계 작업이 순탄하지 않은 모양새다. 서경배 회장 장녀 서민정씨가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향후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적 부진 여파로 일찍이 지분 처분에 나서는 등 예상과 다른 행보를 밟고 있다. 서민정씨는 아직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아모레퍼시픽의 3세 경영 체제 전환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민정씨는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2017년 아모레퍼시픽 경력직 평사원으로 입사해 생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퇴사 후 유학길에 오른 서민정씨는 중국 장강상학원 경영학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2019년 다시 회사에 복귀했다. 현재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으로 경영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민정씨는 일찍부터 유력한 승계 후보자로 언급돼 왔다. 올해 만 32세로 어릴 적부터 꾸준히 그룹 지분을 모아오면서 입지를 다져왔다. 중학생이었던 2006년 서 회장으로부터 241만2710주를 증여 받았고, 2016년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2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 서민정씨는 서 회장(53.78%)의 뒤를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승계 경쟁 상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 회장의 차녀 서호정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0.16%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승계 후보에서도 멀어진 상태다.
서민정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이외에 주력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이니스프리 지분 18.18%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에뛰드와 에스쁘아 지분 19.5%, 19.52%를 차지하며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계열사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서민정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주요 임원과 계열사 대표를 40대로 교체하며 변화를 줬다. 그 중 이니스프리와 에스쁘아 대표도 78년과 79년생으로 수장이 바뀌었고, 당시 업계에서는 3세 경영 체제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서민정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향후 승계 작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서민정씨가 서 회장의 지분을 증여 받을 경우, 활용될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 회장이 갖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가치는 약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서민정씨는 최대 9000억원 대 상속세를 내야한다.
다만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아모레퍼시픽의 승계 방정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서민정씨는 보유하고 있던 에스쁘아와 에뛰드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에뛰드는 14만1792주를 임의 무상소각 했으며, 에스쁘아도 같은날 3만9789주를 유상소각 했다. 에뛰드와 에스쁘아가 소각한 주식은 서민정씨가 보유한 주식에 자사주 1주를 더한 수량이다. 주식 소각 이후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아모레퍼시픽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면서 지분 활용 가치가 낮아지자 내린 선택으로 풀이된다. 일명 '서민정 3사'로 불 리던 두 회사와 이니스프리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등 실적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에뛰드는 2000년 대 국내 로드숍 열풍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하나였으나, 그 흐름이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2591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21년 1056억원으로 절반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스쁘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 영업이익 5100만원으로 흑자를 기록한 이후 매년 적자 기조를 보였다.
중국 시장 부진으로 인한 타격이 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하락세를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주력 시장인 중국이 흔들리자 그룹 전반적으로도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4조4950억원, 영업이익 2719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6%, 23.7%가 감소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3세 승계 작업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직 서민정씨가 이렇다 할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상황이며, 1963년생인 서 회장은 올해 만 60세로 아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이른 시기라는 의견이다.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ing@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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