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LTV 공유 담합" 조단위 과징금 예고 … 은행 "소송할 것"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입력 : 2025.04.22 19:58:22 I 수정 : 2025.04.22 23:03:08
공정위, 4대은행에 강화된 심사보고서 발송
LTV 관련 기존 매출액에
신규 대출 더해 과징금 증액
액수 1조원대로 확 늘어날듯
4대은행, 공동 행정소송 준비
"금융위는 가계빚 줄이라 주문
공정위는 과징금 폭탄 던져"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재조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공정위가 과징금의 근거가 되는 매출액을 상향 조정하면서 기존 수천억 원대로 예상됐던 과징금 수위가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8일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담합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각 은행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 전원회의 끝에 결론을 보류하고 재심사 명령을 내렸는데, 이후 현장조사 등을 거쳐 제재를 강화하는 취지의 새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LTV와 관련한 7500여 개 상당의 정보를 사전 공유해 대출 한도를 맞췄다고 보고 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할 때 한도를 정하는 비율로, 공정위는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짬짜미'해 경쟁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들은 단순 정보 교환이 담합은 아니며 부당 이익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각 은행의 정보 교환이 대출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공정위 측 증거 보강 내용이 담겼다. LTV 관련 매출액에 기존 신규 대출 취급액에 더해 기한이 연장된 대출 규모까지 새로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심사보고서상 과징금 부과 추정액이 은행별로 최대 2000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는데, 공정위가 관련 매출액을 상향 조정하면서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과징금이 1조원대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에 해당 행위의 중대성에 따른 부과 기준율을 곱해 산정된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자료를 공유해 대출 조건을 맞추는 식으로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유리한 대출 조건을 선택할 기회를 잃게 만들어 금융소비자들의 경제적 이익 또한 침해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재심사 결정의 쟁점이 된 기업대출 관련 부분도 추가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3~4주의 의견 수렴 기한을 거쳐 이르면 오는 6월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견 제출 연장 여부 등에 따라 절차가 완료되면 최종 전원회의 일정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 기준 매출액을 상향하고 기업대출 영역까지 담합 판단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향후 양측 간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최근 가계대출 시장에서는 LTV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는 인식이 크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LTV 수치가 높더라도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제한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장 영향력이 약화된 LTV 정보를 공유한 행위에까지 경쟁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대출의 경우에도 LTV는 심사 기준으로서 실효성이 낮은 만큼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 제한을 판단하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있다. 일반적으로 LTV보다 기업의 신용도나 재무 상태가 대출 여부와 규모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작용하며, 담보 자체가 부차적 요소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담합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유할 유인이 없는 정보를 근거로 삼은 건 무리한 해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들은 LTV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고도 항변한다. LTV를 낮추면 거꾸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들이 담합할 유인이 적다는 주장도 펼쳐왔다.

은행들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담합으로 결론이 나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공동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에 이의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공정위가 이를 수용해 결과가 뒤집힌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초 공정위에서 1차 심사보고서를 받고 곧바로 대형 로펌을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제재로 인해 100억원이 넘는 법률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대형 로펌만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최종적으로 담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조사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일며 향후 정책 동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담합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LTV 규제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와 충돌이 불가피해 시장에 혼선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남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는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수단"이라며 "공정위가 이에 대해 제재에 나서면 금융당국과 정책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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