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엔비디아·테슬라만 사니”…변심한 서학개미들, 5월에만 2조원 산 이것은

김정석 기자(jsk@mk.co.kr),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입력 : 2025.06.02 05:44:07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미국 채권에 베팅하고 나선 것은 국채 가격이 저점에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꺼내든 관세안과 금리 인하를 향한 의구심에 국채 가격이 다시 떨어지자(수익률 상승) 투자심리가 이끌렸다. 관세 유예 이후 차츰 안정을 찾던 채권 시장이 5월 들어 다시금 흔들리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4월 말 4.1%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달 14일 4.5%를 돌파하면서 ‘관세 쇼크’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다시 국채 가격이 상승(수익률 하락)하는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베팅에 나선 것이다.

미국 장기채 금리는 이미 고점에 비해 소폭 하락(가격 상승)했다. 5%를 상회하던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들어서는 4.93% 수준에서 거래됐다. 4.5%를 넘어섰던 10년물 국채 금리도 4.41%까지 떨어졌다.

반면 서학개미들은 빅테크 등 주요 주식 종목에 대한 거침없는 매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들어 2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3억1084만달러(약 1조8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각각 5억9399만달러와 2억5072만달러어치 팔아치웠다.

지난 4월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최근 130달러 선을 회복하고, 테슬라도 300달러 선을 탈환하자 탈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한때 지분율 30%를 넘기기도 했던 아이온큐도 2억9283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오히려 미국 증시에서 사들인 상품은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서학개미들은 이때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 3X(TMF) ETF를 1억7503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TMF는 미국 장기채 지수를 3배 수익률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없이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 ETF도 1억3409만달러어치 사들였다.

국내 시장에서도 미국 국채 상품이 인기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최근 한 달간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 2159억원이,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 1134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미국채 러시’ 현상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역사상 최저점 수준까지 내려온 미국 장기채 가격이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전망치 범위를 3.9%에서 4.6%로 예상했다. KB증권도 올해 4분기에는 미국 경제 둔화를 반영해 10년물 금리가 4.2%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유보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오는 9월부터는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과 7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오는 9월에는 금리 인하 전망(56.4%)이 동결 전망(43.6%)을 앞선다.

김지만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재개와 미국의 은행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점차 장기물까지 채권 금리가 안정화될 것”이라며 “은행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를 완화하면 은행의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재정적자가 채권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지출과 연준의 양적완화를 리스크로 꼽으면서 미국 국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6개월 뒤일지 6년 뒤일지는 모르지만 채권 시장의 균열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며 “부채의 향방이나 시장조성자들의 시장 조성 능력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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