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D-30…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수세적 협상 안 해”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6.12 16:01:24
한국 25% 관세 유예 내달 종료 예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미국과 줄라이패키지 승부 건다”
통상 TF 전면 개편…1급 협상단 띄운다
산업·에너지·투자까지 협력 틀 확대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12동 대강당에서 산업부 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어떤 협상도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협상은 없다. 한미간 윈윈이 가능한 부분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12일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에 취임한 여한구 본부장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관세 협상을 예고하며 이같이 각오를 밝혔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그동안 정치 상황과 맞물려 속도가 나지 않았던 미국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한미간 새로운 협력의 틀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여 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미국과의 협상을 최대한 가속화 할 것”이라며 “미국 측에 접촉을 요청해두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측이 새 정부의 요청에 응답하면 여 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상견례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협상 속도가 다른나라 대비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실무 협상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많은 나라들이 우리보다 횟수로만 봐도 2~3배 이상 미국과 협상을 자주 했고, 우리는 뒤는게 시작한 만큼 바짝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시한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차례 유예했던 한국에 대한 25%의 관세는 내달 9일 발효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관세 발효 전 협상 일괄 타결을 목표로 하는 ‘줄라이패키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 본부장은 속도를 내더라도 수세적인 협상을 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미국도 우리나라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상호 호혜적인 부분을 최대한 만들어야 협상이 타결될 수 있고, 타결 이후에도 양국이 정치적으로 수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새 정부의 한미협상은 양국 협력의 새로운 틀을 짜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히 미국이 부과한 관세를 깎는 것을 넘어 산업과 에너지, 투자, 통상 등 다방면에서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 본부장은 이를 위해 대미 협상 TF(태스크포스)를 범부처 차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현재 국장급인 우리측 실무 수석대표도 1급(실장급)으로 격상할 계획이다.

여 본부장은 산업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협상통’으로 꼽힌다. 행시 36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여 본부장은 산업부 자유무역협정팀장, 통상정책국장, 통상교섭실장 등 통상 라인 요직을 모두 거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 협상 때는 주미 대사관 상무관으로 대미 협상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사를 통해 여 본부장은 “지금이야말로 AI 반도체, 바이오, 자동차, 에너지전환 등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이 시너지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며 “우선 당장 당면한 한미협상에 통상교섭본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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