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 폐기에 나선 가운데 미국 상원에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 좀 더 유리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안이 나왔다.
이 개정안은 하원에서 통과된 기존 개정안의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일부 까다로운 조항들은 완화돼 국내 배터리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법안은 배터리 제조사에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혜택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45X)가 하원안보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됐다.
하원안은 AMPC 종료 시점을 기존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앞당겼으나, 이번 상원안에서는 배터리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2032년에 25%의 세액공제를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원안에서 2027년 종료 예정이던 제3자 양도안도 상원안에서는 현행대로 유지하도록 해 사실상 배터리 업계는 현행 수준의 AMPC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이포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진출 장벽은 유지됐다.
하원안의 경우 중국계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기존 전기차 구매 보조금(30D)에 적용됐던 해외 우려 기관(FEOC) 관련 조항을 금지외국단체(PFE)로 변경하고, 정부의 지배 수준에 따라 통제 수준이 강한 지정외국단체(SFE), 상대적으로 통제 수준이 약한 외국영향단체(FIE)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번 상원안에서는 이러한 중국 견제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PFE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하고 규정에 대한 세부 내용을 추가해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망 요건은 완화했다.
종전 하원안이 PFE로부터 '물질적인 지원'을 받는 생산품, 즉 핵심광물 등을 직접 조달하는 경우 AMPC를 받지 못하게 한 반면, 이번 상원안에서는 2026년 40%, 2027년 35%, 2028년 30%, 2029년 20%, 2030∼2032년 15% 등 일정 비율이 넘지 않으면 AMPC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복잡한 공급망 요건을 담은 하원안과 비교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원안은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 기조는 하원안처럼 강력하게 가져가면서도 AMPC 혜택은 하원안이 아닌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상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생산 역량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공급망도 다변화한 기업에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됐다"고 말했다.
미국 주차장의 전기차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법안 제정 후 180일 후 일괄 폐지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기존 하원안은 제조사별로 누적 20만대 이상 판매한 경우 2025년, 그 미만은 2026년까지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하원안에서도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올해까지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AI 기능이 포함된 '지능형 전기차'(EVI)로의 기술 진화와 맞물려 전기차 확산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보조금 폐지가 배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오는 2034년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3.7%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지난해 10%에서 오는 2030년 20%까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