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천문연 사천 이전 주장에 대전 과학계·정치권 '발칵'(종합2보)

"우주항공청, 세종으로 옮겨야" 맞불…'지역이기주의' 비판 쇄도대전 과학계 노조, 민주당 강력 반발…국힘 대전시당 "법안 철회 강력 요구"
김준범

입력 : 2025.06.18 15:39:07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김준범 기자 =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의 경남 사천 이전을 담은 국민의힘 서천호(경남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를 두고 대전지역 과학계와 정치권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같은 당인 국민의힘 대전시당도 해당 법안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과학기술노조 항우연 지부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지역이기주의로 뭉친, 비상식적인 '우주항공청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항우연 노조는 "우주청 직원들과 우주항공업계 관계자들조차 사천이라는 현재 우주청의 입지가 우주청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업무 효율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우주청으로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지만, 5급 선임연구원을 채용하는 데 지원자 대부분이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일 정도로 전문가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부는 워싱턴에 있고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는 모스크바에, 중국 항천공사는 베이징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도쿄 바로 옆 위성도시에 있다"며 "대부분 수도나 국제적인 대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 내 4위 규모 도시인 툴루즈를 모델로 한다고 하지만, 인천·대구·대전 급 도시에 비교할 수는 있어도 사천에 비유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툴루즈 급 도시에 글로벌 우주항공복합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면 사천이 아니라 당연히 대전이나 그 인근에 건설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우주패권 다툼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역 이기주의에 눈먼 이러한 법안들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과 우주 국방력을 저해할 뿐"이라며 "우주항공청을 우주항공처로 승격시키고, 항우연과 천문연이 위치한 국내 5위 도시인 대전 인근에 있는 행정수도 세종에 위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브로셔
[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도 18일 성명을 내고 "정치적 논리로 연구기관 이전을 밀어붙여 국민과 연구현장의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했다.

묵묵히 일하던 과학기술자들의 등을 친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과기연전노조는 "대전은 연구개발, 경남 사천은 산업기반, 전남 고흥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균형 발전의 모범을 꾀하려던 당초 취지를 무시하고, 특정 지역으로의 기관 집중을 시도하며 충청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특히 충청권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우주항공청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우주항공산업 연구개발(R&D)을 위한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에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즉각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국가적 우주정책을 정치적 유불리의 도구로 삼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특히 이번 개정안에 충청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엄태영(충북 제천·단양)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우주정책은 특정 지역의 이해가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과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또한 이날 논평을 내고 "비록 자당 소속 의원이 발의했더라도 대한민국 과학 수도 대전의 정체성과 위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당 차원에서 당 지도부와 정부에 해당 법안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당내에서 발생한 일이라도 과학 수도 대전의 위상과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중심축을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은 항우연과 천문연을 사천 우주항공청 인근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우주항공청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전날 밝혔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성일종·박덕흠·엄태영 의원도 이 법안 공동 발의에 서명했지만,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의원 3명 모두 이날 철회했다.

박덕흠 의원실 관계자는 "오늘 서천호 의원 측에 법안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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