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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매년 봄 수십억 마리가 여름잠을 잘 고산지대 동굴을 찾아 1천㎞를 비행하는 호주 야행성 보공나방(Bogong moth, Agrotis infusa)이 밤하늘 별빛을 이용해 이동 경로를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룬드대와 호주국립대(ANU) 등 국제 연구팀은 19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밤하늘을 모사한 비행 시뮬레이터와 자기장 통제 환경 실험에서 보공나방들이 지구 자기장과 은하수 별빛을 사용해 수백㎞ 떨어진 가본 적 없는 지역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실험 결과는 보공나방들이 자기장 외에도 별빛을 나침반처럼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보공나방은 장거리 이동 방향을 찾는 데 별빛을 사용하는 게 확인된 첫 무척추동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별을 이용한 항법은 지금까지 일부 조류와 인간에게서 확인됐으며 바다표범도 그런 능력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또 이전 연구에서는 보공나방들도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주 동남부에 서식하는 보공나방들은 매년 봄 수십억 마리가 더위를 피해 산악지대인 호주 알프스의 시원한 동굴로 최대 1천㎞를 이동한다.

이곳에서 여름잠을 자고 가을에 서식지로 돌아와 교미해 알을 낳고 죽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땅속에서 겨울을 난다.

연구팀은 보공나방들은 지구 자기장과 함께 시각 정보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이 곤충의 겹눈에 비친 어떤 시각 정보가 목적지를 찾는 데 사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밤하늘을 모사할 수 있는 천체투영관(planetariun) 형태의 정교한 비행 시뮬레이터와 자기장 통제 환경 속에서 다양한 밤하늘 조건을 만들고 포획된 보공나방들이 어떻게 방향을 잡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보공나방들은 자기장이 없을 때도 하늘의 계절별로 별자리 등을 이용해 봄에는 남쪽, 가을에는 북쪽으로 일관되게 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늘을 180도 회전시켜 별들의 방향을 바꾸자 보공나방들도 비행 방향을 반대로 바꾸었으며, 별의 배열을 뒤섞으면 방향 감각을 잃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공나방들은 또 별이 구름에 가려졌을 때도 자기장 정보를 이용해 비행 방향을 유지할 수 있어 자기장과 별빛이 서로 보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공나방의 뇌에서는 별이 빛나는 하늘의 특정 방향에 반응하는 특수한 신경세포들도 확인했다.

방향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발견된 이 세포들은 나방이 남쪽을 향할 때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보공나방의 이동을 돕는 밤하늘의 정확한 특징이 무엇인지, 나방이 겹눈으로 별을 하나하나 볼 수 있는지 등은 불분명하다면서도 이들이 남반구 하늘에 밝은 띠로 존재하는 은하수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에릭 워런트 룬드대 교수 겸 ANU 초빙 연구원은 "별을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곤충에서 입증된 것은 처음"이라며 보공나방은 별을 먼 목적지로 인도하는 나침반으로 사용하고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방향을 정밀하게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방향 조정은 보공나방의 뇌가 천체 정보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부호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발견은 로봇 공학과 드론 항법은 물론 서식지 감소나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동물 종 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Eric Warrant & David Dreyer et al., 'Bogong moths use a stellar compass for long-distance navigation at nigh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135-3 scitech@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