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굴욕' 콜롬비아, 中일대일로·브릭스은행 합류
페트로 대통령, 美관세 위협에 '항복' 이후 중국 밀착 행보
이재림
입력 : 2025.06.20 07:34:26
입력 : 2025.06.20 07:34:26

[콜롬비아 대통령실 엑스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콜롬비아가 올해 초 미국의 관세부과 위협에 맞서려다 곧바로 무릎을 꿇은 이후 중국과의 접촉면을 부쩍 확대하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식 합류에 이어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의 다자간 개발 금융 프로세스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라우리 사라비아(31) 콜롬비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저는 재정적 범위를 넘어 국가적 비전을 넓히는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콜롬비아의 브릭스의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NDB) 가입 사실을 알렸다.
지난 1월부터 콜롬비아 외교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사라비아 장관은 신개발은행 가입이 구스타보 페트로(65)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조처라고 부연했다.
앞서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지난 달 중국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지우마 호세프(77·브라질 전 대통령) 브릭스 신개발은행 총재를 만나 가입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브릭스 신개발은행 본부는 상하이에 있다.
'브릭스판 세계은행'을 표방하는 신개발은행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경제 협력 기제의 핵심 기관으로 꼽힌다.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신개발은행은 2015년 설립 후 90여개 인프라 프로젝트에 320억 달러(44조원 상당)를 투자한 것으로 돼 있다.
콜롬비아 대통령실은 별도 엑스 게시물을 통해 "신개발은행 가입은 국가의 전략적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 기회를 열고, 회원국 간 협력 관계를 다각화하며, 국가 경제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8월부터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부를 이끄는 페트로 대통령은 집권 기간 정치적으로 유사한 이념을 공유하는 역내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에도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는 외교 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충돌하고 있다.
콜롬비아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미국에서 출발한 이민자 송환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한 데 이어, 이에 격분한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표에 "우리는 나치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맞불 관세'로 맞서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비자·세관·출입국·금융 부문에서의 제재 등 강압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한 트럼프의 맹공에 결국 9시간 만에 '백기 투항'하면서 체면을 완전히 구긴 바 있다.
남미에서 브라질·아르헨티나와 함께 주요 경제국으로 꼽히는 콜롬비아는 공교롭게도 이후 중국과 부쩍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대일로 공식 참여를 위한 협정을 체결한 뒤 명시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미국에 대한 원한이나 원망이 전혀 없으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위한 미국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우리를 동등한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우리는 이미 20만명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근절을 위해 노력했다"고 역설했다.
콜롬비아가 아예 브릭스에 가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 일간 엘티엠포는 "역내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페트로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wald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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