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본 주도 K태양광 프로젝트, 글로벌 기업 줄세웠다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7.10 14:28:16 I 수정 : 2025.07.10 15:28:17
EIP가 주도한 7500억원 규모
美 텍사스 태양광 프로젝트에
스타벅스·도요타 등 장기계약
OBBBA법 선제적 회피 주효
현지 선순위 대출도 대흥행


[본 기사는 07월 10일(14:21)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박희준 EIP자산운용 대표. [EIP자산운용]
국내 자산운용사 EIP자산운용이 주도한 미국 초대형 태양광 프로젝트가 유수 글로벌 대기업과 장기 공급계약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건설에 돌입한다. 국내 공공·민간·정책금융이 협업한 ‘코리아 원팀’의 결실임은 물론, 국내 운용사가 주도한 발전소 프로젝트에 세계적인 금융그룹이 전액 언더라이팅을 확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IP-PIS Lucy 펀드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콘초 카운티 지역에 구축하고 있는 455MWdc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업의 금융종결(Financial Closing)과 NTP(Notice to Proceed, 착공 지시서) 발급을 마치고 착공을 개시했다. 2027년 중 준공 완료가 예상된다.

EIP자산운용이 주도한 EIP-PIS Lucy 펀드는 지난 2023년 8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현대건설, PIS 펀드, SK에코플랜트, 탑선을 비롯한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 정책펀드가 출자자로 참여했다.

핵심 성과는 미국 최대 기업들과의 전력판매계약 체결이다. EIP는 스타벅스, 도요타 모터스 북미법인을 비롯한 기업들과 15년 장기 전력판매계약(PP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향후 3조원에 달하는 전력판매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확정짓게 됐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 위치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서 불과 160~180km 떨어진 위치에 있어 향후 관련 추가 계약이 기대되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합작 투자한 프로젝트로, 현재 텍사스 소도시 애비린에 첫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정 세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을 선제적으로 회피했다는 데 있다. 해당 법안은 향후 신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세제 혜택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구조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진행한 선순위 대출 로드쇼에서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노무라금융그룹이 주간사(Mandated Lead Arranger)로서 언더라이팅을 결정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의도 면적 4배, 축구장 약 1653개에 해당하는 1173만5537㎡(약 355만평) 부지에 약 7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초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다. 발전소는 준공 이후 35년간 운영되며, 매년 약 926GWh의 전력을 생산, 판매하게 된다. 이는 평균 30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약 26만 가구, 100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매년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EIP자산운용은 미국 천연가스 생산 1위 업체인 EQT코퍼레이션 부사장 출신 박희준 대표가 2018년 설립했다. 국내 에너지 인프라 투자 자문 선도 기업인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스를 모태로 하고 있다.

EIP자산운용은 이번 사업에서 단순 재무적투자자(FI)를 넘어, 거래 발굴부터 사업권 인수, 인허가, 계약 체결, 금융조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설계, 총괄했다. 통상 북미 발전소 개발은 국내 발전 공기업이나 건설사가 주도하고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민간 자산운용사가 주도해 이뤄진 최초 사례로 꼽힌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전력판매 매출 일부를 미국 내 유색인종(한국인 포함) 가운데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공헌펀드에 기부, 교육시설 건립과 취업 지원에 활용되도록 설계됐다. 이는 유수 글로벌 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 열기를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희준 E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기 수익보다 국내 기업의 수출 효과와 시장 개척 면에서 상징성이 더 크다”며 “향후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후속 프로젝트 확장을 통해 대한민국 민간금융 입지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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