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잠잠한 적조 능가하는 고수온…올해 폭염에 어민들 '걱정'
경남 남해안 2020∼2024년 적조 피해 없어…고수온 피해는 매년 증가올해 고수온 주의보, 작년보다 24일 빨라…지자체, 대책상황실 가동
이정훈
입력 : 2025.07.13 09:45:01
입력 : 2025.07.13 09:45:01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몇 년 전까지 전국 해상 가두리 양식 어민들은 장마가 끝나 무더위가 시작되면 적조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언제 어디서 유해성 적조가 발생해 양식장을 덮칠지 몰라서다.
적조는 장마 이후 일조량이 많아져 바닷물 온도가 높아질 때 발생하는 유형을 보였다.
갑자기 발생한 적조 띠가 양식장을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점액질을 지닌 유해성 적조생물이 아가미에 들러붙어 산소 전달을 방해해 도망칠 곳 없는 양식 어류가 질식사했다.
해상 가두리양식 어민들이 가장 무서운 자연재해로 적조를 꼽았던 이유다.
해상 가두리 양식 면적이 가장 넓고, 양식 마릿수가 가장 많은 경남이 적조 최대 피해지였다.
유해성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피해의 주 원인이었다.
1천297만마리가 죽어 당시 기준으로 300억원 넘는 피해가 났던 1995년, 코클로디니움 밀도가 1㎖당 3만개체를 훨씬 넘어 2천500만마리 이상이 죽은 2013년 등 경남 양식 어민들은 거의 매년 코클로디니움 적조 피해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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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5년(2020∼2024년)간 경남에서는 적조 피해가 전무했다.
2019년 여름 양식어류 212만마리가 적조로 죽어 36억원의 피해가 난 이후에는 지난해까지 5년째 적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적조가 발생해도 밀도가 낮거나 유해성 적조가 아니어서 피해가 없었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13일 "양식업계에 큰 피해를 준 유해성 코클로디니움 적조 발생 강도, 빈도가 최근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유해성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1995년 무렵부터 대규모로 출현해 20년간 맹위를 떨치다, 2010년대 후반기부터 점차 감소했다"며 "적조 피해가 줄어들기 시작한 때도 그즈음부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클로디니움 적조생물이 감소한 원인이 분명하진 않지만, 수온·강수 패턴과 표층·저층의 물순환 등 연안 생태계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윤 연구관은 "우리나라 바다가 수온 상승으로 아열대화하는 만큼, 따뜻한 바다에 사는 적조생물이 우리 바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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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가 잠잠해지자 장마 뒤 폭염으로 발생하는 고수온이 양식 어민들에게 여름철 최대 불청객으로 부상했다.
과거 적조 피해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고수온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고수온 피해가 없었던 2020년과 2022년을 제외하고 경남에서 2021년 양식어류 1천42만마리(116억원), 2023년 1천466만마리(207억원)가 고수온으로 폐사했다.
지난해 경남 연안에서만 한여름 최고 수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등 8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고수온 특보가 62일간 이어졌다.
지난해 폐사 규모(2천460만마리), 피해액(660억원)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멍게, 굴 등 패류도 대량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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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수온이 2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고수온 예비특보를, 수온이 28도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를, 28도 수온이 3일 이상 지속하면 고수온 경보를 발령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3일 사천시 사천만·남해군 강진만 해역에 발령한 고수온 예비특보를 지난 9일 주의보로 격상했다.
동시에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 동단∼남해·하동군 연안에 내린 고수온 예비특보를 경남 다른 연안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8월 2일 경남 연안에 내려진 고수온 주의보보다 24일 빠르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지난해 경남 연안 바닷물 온도가 30도 가까이 육박했다"며 "요즘 날씨를 보면 올해 고수온이 지난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거 같지 않아 어민들 걱정이 태산이다"고 전했다.
도는 올해 장마가 빨리 끝나고, 곧바로 폭염이 찾아오면서 수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해 대책상황실 가동과 함께 어업인들에게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seaman@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