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D-100] ⑤ 판문점 '번개'의 추억…트럼프-김정은 이번에도?

트럼프, 2019년 방한때 판문점서 김정은과 전격 회동…이번에도 만남 시도 가능성달라진 북한, 러시아와 밀착·한미에는 냉담…재회 가능성 희박
하채림

입력 : 2025.07.21 07:01:11 I 수정 : 2025.07.21 07:46:43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북미 정상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국내에서만 사용가능.재배포 금지.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No Redistribution] 2019.7.1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100일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여부다.

아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도 확정되지 않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그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만으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6년 전 기억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이던 2019년 6월 29일 방한 직전 트위터에 "그곳(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에 호응했고 이튿날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

물론 지금은 그때랑 국제정세며 북미·남북관계가 크게 달라 비슷한 그림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우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삼가는 북한의 태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강한 한국 정부를 고려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뒤에도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며 유화적인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북한의 유엔대표부를 통해 대화 재개를 위한 서한을 보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욕이 남다르다는 게 한미 외교가의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달 말 온라인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판문점 등에서 다시 만나려 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 또한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했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하지 않고 있다.

또 대미 비난을 하더라도 발언자의 급이 높지 않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국내에서만 사용가능.재배포 금지.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No Redistribution] 2019.7.1 photo@yna.co.kr

이재명 정부도 북미 정상 간 만남에 적극적이다.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의 중대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APEC 정상회의를 북미 정상회동의 계기로 삼자는 견해'에 관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은 우리에게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미대화 지원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북미 정상이 만난다면 그 무대가 경주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APEC에 북한을 별도 초청하는 방안에 대해 "외교·통일 라인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선을 긋지는 않은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초청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여당 의원 주문에 "알겠다"고 답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다자 무대에 선 적이 없는 데다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짓고 있어 초청이 있다고 해도 경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장소가 어디냐를 떠나 북미 정상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은 남북관계와 국제정세가 6년 전과 딴판이고 북한의 전략 또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체제 안전도 보장받겠다는 의지가 강했으나, 이제는 러시아와 밀착해 파병하는 대가로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받는 등 제재 우회로를 마련했다.

미국과 대화해도 별로 얻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시엔 북한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한국을 거쳤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다.

남북 간 연락채널이 단절된 지도 2년이 넘었고, 오히려 북미 대화시 한국이 소외되는 '패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를 보면 현실적으로 100일 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재회를 상상하긴 힘들지만, 이와는 관계없이 APEC 정상회의가 다가올수록 두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6월 방북한 푸틴 옆좌석에 탄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국내에서만 사용가능.재배포 금지.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No Redistribution] 2024.6.20 nkphoto@yna.co.kr

tree@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